남한서 보낸 중유 5만t 정제 … '승리 화학' 5년 만에 재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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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합의 후 한국이 지원한 중유를 정제하기 위해 북한은 최근 정유공장을 재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 당국자는 26일 "함북 나진.선봉 지구에 있는 북한 최대 정유시설인 승리화학 연합기업소가 최근 재가동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이 지역을 방문해 승리화학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승리화학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 직후 미국이 중유 제공을 중단함에 따라 5년 가까이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였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에 합의한 대가로 약속받은 중유 가운데 우리 정부가 우선 지원한 5만t을 승리화학에서 정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6자회담 합의를 이행하는 데 따른 메리트를 북한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2월의 5차회담 3단계 회의에서 북한이 불능화 조치의 초기 단계를 이행하는 데 대한 대가로 중유 100만t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은 1차분으로 5만t을 제공했다. 중국도 지난달 5만t 수송에 들어갔으나 아직 완료되지는 않은 상태다.

북한은 저장용량과 가공능력의 한계 탓에 중유를 한꺼번에 보내지 말고 매달 5만t씩 보내 주거나 등가물로 보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덧붙였다.

승리화학은 1977년 옛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된 북한 최대 정유공장으로, 정제능력은 연간 200만t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승리화학 설비가 낡아 개.보수가 시급하다"며 남한 기업의 투자를 타진 중이다. 다음달 2일부터 열리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포함된 것도 에너지 분야의 경협 논의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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