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감 국내.외 너무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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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 核문제와 관련,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국관광객이한국관광예약을 취소하거나 서둘러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례가잇따르는 반면 한국인의 해외관광은 큰 폭으로 증가,안보위기에 대한 실감이 안팎에서 너무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北核관련 긴장이 고조되기 전인 지난 1~3월 여행사를 통한 외국인 단체관광객수는 3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21만명에 비해 42%나 증가했었다.
그러나 北核위기가 심각하게 보도되면서 4월에는 8만7천명이 입국,지난해 동기대비 증가율이 16%로 떨어졌고 5월에는 11%,6월 9%(예상치)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며 방문객수가 연초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있다.
이같은 사태는 주로 단체여행객들의 예약취소.일정변경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국내 여행사들은 앞으로의 영향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북핵문제가 본격 거론된 3월말 이후 한달에 40개팀 1천5백명 정도의 유럽.미주 단체관광객중 평균 10팀 4백명정도가 예약을 취소하고 있습니다.』아주관광 張星林과장(32.여)은 또『한국관광에 대한 문의 자체가 연초에 비하면 30%이상 대폭 준데다 내용도 주로 안전성을 꼬치꼬치 캐묻는등 북핵여파를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대부분 여행사들이 마찬가지로 롯데관광 安根培과장(36)은『북한의 불바다 망언 직후인 4월초에는 호주의 2백50명 단체예약팀이 갑자기 방콕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이들은 1년이상 준비했고 선발대는 한국을 세차례나 사전답사하기도했는데『위험을 무릅쓰기는 싫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는것이다. 업계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이들 관광객들은 통상 1년전부터 조사와 준비를 하므로 앞으로 3~4개월 지나면 현재의 한국기피 현상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한국관광공사 金東浩해외진흥부장(46)은『해외 매스 컴등에 한국이 안전하다는 홍보광고를 내고있으나 외국관광객들은 美 CNN방송등에 연일 전쟁위험이 보도되는데 무슨 소리냐며 외면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 3월말까지 여행사를 통해 해외로 출국한 한국인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만8천명에서 9만8천명으로 50% 가까이 늘었고 5월말까지 총출국자는 지난해 90만명에 비해 40%나 늘어난 1백20여만명에 달해「한 국방문의 해」는 한국의 전쟁가능성을 외국인들이 더 우려하는 이상한 분위기속에서 한국인의「외국방문의 해」가 될 전망이다.
〈崔相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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