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物.스릴포장한 에로비디오-침묵의 거미줄.욕망의 볼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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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름은 유난히 에로물 비디오가 많이 나가는 시즌.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노출이 심한 계절이고 여름휴가를 비롯한 비교적 여유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는데서 연유하는 것으로보고 있다.
어떤 이는 극장가가 연중 가장 호황기인 여름시즌에 액션이나 SF대작으로 주로 채워지므로 안방영화로는 에로물을 찾는다는 설명도 한다.
어쨌든 매년 이맘때면 비디오 시판사들은 여름을 겨냥한 에로물을 내놓기 시작하고 국내 비디오영화사들은 봄까지 준비해 뒀던 에로 비디오영화를 비장의 카드로 내놓는다.
그러나 에로영화라 해서 모두 性愛에 의존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고객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고 자칫 포르노로 오해받으면 대여고객의 폭이 갑자기 좁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준X급 비디오로 낙인찍히면 그것을 찾는 고객은 에로물을찾는 고객이 아니라 포르노를 찾는 고객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대여율이 감소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비디오사들은 진한 에로물을 담았어도 드러내놓고 선전하기 보다 그것을 서스펜스나 코믹,사회적 발언으로 포장해 시판한다.
6월에 나오는 『침묵의 거미줄』(BM코리아)과 『욕망의 볼레로』(드림박스)는 과감한 정사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각각 에이즈라는 사회적 문제와 살인에 얽힌 스릴을 에로물 속에 살짝 입혀 놓은 영화.
이탈리아 린드로 루체티감독의 『침묵의 거미줄』은 아내와 유복하게 살던 한 남성이 한번의 실수로 에이즈에 걸린 억울함(?)을 사회에 대한 복수로 풀기 위해 닥치는대로 여성들과 관계를 갖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하고는 절대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멜로물의 성격도 가미했으나 에이즈에 대한 경종보다는 환자를시한부 인생으로 묘사해 찜찜한 구석을 남긴다.
로버트 진티감독의 『욕망의 볼레로』는 『볼레로』에서 농염한 연기를 펼쳤던 보 데릭이 출연,재산을 놓고 벌이는 음모와 법정공방의 가운데서 숱한 남성을 희롱하는 내용의 전형적 에로틱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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