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친정 케이블 대신 왜 공중파에서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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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에 살고 있는 여성 이모씨(29)는 최근 채널CGV를 통해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3을 보다 깜짝 놀랐다. 케이블보다 먼저 KBS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방송됐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계동에 살고 있는 다른 직장인 김모씨(여·31)도 TV를 보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케이블채널 OCN에서 'CSI 과학수사대' 시리즈 최신판을 보고 난 하루 뒤 공중파인 MBC에서 같은 프로그램이 나온 탓이다.

"'미드'는 케이블에서 한참 먼저 나오는 게 아니었나?" 최신 미드는 인터넷이 아니면 케이블을 통해서야 먼저 볼 수 있는 줄 알았던 두 사람은 발빠른 공중파의 '미드' 편성에 머리를 긁적였다. 실제로 '그레이 아나토미', '어글리 베티' 등 화제와 인기의 미드들이 케이블보다 먼저 공중파에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과연 그 이유는 뭘까?

방송 초창기부터 미드를 주요 아이템을 삼아 쏠쏠한 재미를 봤던 케이블채널과 인터넷 파일이 미드 인기의 견인차였으나 최근 그 열풍 속에 공중파들이 적극적으로 미드 붙잡기에 뛰어들었다. MBC는 'CSI과학수사대', KBS는 '로스트'와 '위기의 주부들', '그레이 아나토미', SBS는 '프리즌 브레이크' 등 공중파의 참여가 시작되자 곧 효과가 드러났다. 시작은 케이블보다 파급력은 더 컸다. 심야 시간대 방송되는 미드들이 4∼7%까지 시청률이 뛰어오르며 기존 시청률을 2∼3배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사들은 아예 케이블보다 더 먼저 인기 미드를 방송하기에 이르렀다. KBS에서 방송된 '그레이 아나토미'가 그 대표적 예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당초 케이블채널에서 먼저 방송되며 화제를 모았으나 KBS가 나서자 사정이 달라졌다. 판권을 갖있는 해외 프로그램 공급자가 최신판을 두고 케이블 채널과 먼저 계약하면서도 "공중파보다 늦게 방송할 것"을 단서로 달았을 정도다. "게이트(창구)가 다르다"는 게 그 이유다. 해외 프로그램 공급자로서도 높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고, 더 높은 시청률을 보장할 수 있는 공중파가 더 귀한 손님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KBS가 '어글리 베티'를 케이블보다 먼저 방송키로 다시 계약을 맺는 등 인기 미드를 사이에 둔 공중파와 케이블의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자금력과 채널 파워에서 다소 밀리는 케이블채널이 다고 고전하는 추세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에서 먼저 뜬 미드로 뒤늦게 공중파가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셈이다.

공중파에게 방송 시기까지 밀리면 케이블채널의 경쟁력은 뚝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 미드의 경우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이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서 이미 볼만큼은 볼 상태라 인기 미드를 방송하면서도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석호필' 엔트워스 밀러를 국내 인기스타 반열에 올리며 공중파에서 대박을 친 '프리즌 브레이크'가 그 대표적이다. 이에 채널CGV에서 3%내외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튜더스'의 예에서 보듯, 케이블채널들이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능성 있는 미드를 인터넷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 전에 선점하기도 한다.

한 케이블채널 관계자는 "공중파가 가세하면서 미드 수입가가 크게 올랐다. 더욱이 케이블채널이 인기 미드를 편성하더라도 1%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최근 많은 케이블채널이 미드 수입보다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더 힘을 쏟는 한가지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스타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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