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미학>미드필더.스트라이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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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82년 스페인월드컵 이탈리아-서독의 결승전.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서독 벤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브라질과의 준준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탈리아의 골잡이 파울로로시의 모습이 최전방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비형 미드필더로 뒤로 빠져있던 로시는 서독수비가 방심하는 사이 스위치플레이를 펼치며 재빨리 공격선봉에 나서 센터링된 볼을 잡아 골지역 오른쪽에서 다이빙 헤딩슛,팽팽한균형을 깨뜨렸다.승부조작사건에 휘말려 2년동안 선수자격을 박탈당했던 로시가 재기,「월드컵 영웅」으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이탈리아는 결국 로시의 이같은 활약에 힙입어 대망의 우승컵을 거머쥐는 감격을 누렸다.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두 포지션의 차이는 무엇일까.70년대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축구는 수비진은 「백」(Back),허리진은 「하프(Half)」,중앙공격수는 「센터포워드(Center Forward)」,양사이드 공격수는 「윙(Wing)」 으로 불렀다.이후 포메이션 변화에 따라 수비위치를 가리키는 명칭도 수차례바뀌었지만 흔히 공.수 연결을 담당하는 허리진을 크게 미드필더,최전방 공격수들을 포워드 또는 스트라이커로 부르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허리진의 운용이 중요해지면서 미드필드에 위치하는 선수수가 늘어나게 되자 미드필더와 포워드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게 최근의 추세다.특히 공격에 가담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포워드의 역할분담이 없어진지 오래며 어느 포지션으로 불 러도 무리는 없다.다만「원톱」,「투톱」을 가리키는 최전방 공격수만을 포워드로 통칭하기도 한다.
이렇듯 구분이 없어진 공격진중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간의 득점기록을 비교해보면 미드필더는 통상 스트라이커의 절반수준을 득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터진 골은 모두 87골.이중 스트라이커가 47골(54%)을 터뜨린데 비해 미드필더들도 22골(25.3%)을 뽑아낸 것으로 드러났다(나머지 18골은 수비수몫임).스트라이커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실제 로 한국월드컵팀이 5월 한달동안 치른 평가전에서 얻어낸 11골중 6골(PK 1골포함)은 스트라이커,그리고 나머지 5골은 미드필더들이 각각 기록했었다.현 월드컵대표선수중 부동의 스트라이커 黃善洪을제외하면 金鑄城.趙眞浩등이 투톱멤버로 나설 전망이며 미드필더진은 노장 李영眞을 주축으로 두텁게 포진될게 틀림없다.이경우 왼쪽의 河錫舟(지역예선 6골.최다),양쪽을 번갈아 뛰는 高正云,오른쪽의 徐正源등이 호시탐탐 득점찬스를 노릴 공산이 크다.
〈辛聖恩기자〉 ◇도움말 주신분:申東成(한국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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