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9계명」(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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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제재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32년 페리클레스는 아테네 영토를 좀먹고 부녀자 3명을 납치해 간 메가라인들에 대한 응징으로 메가리안 칙령을 선포했다. 메가리안 제품의 아테네시장 금족령이었다. 이 제재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펠로폰네소스전쟁으로 이어졌다.
경제제재는 외교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무기」로 「당근과 채찍외교」의 「채찍」에 해당한다. 안톤버트램경의 정의를 빌리면 「전쟁의 도구가 아닌 평화적 압력의 수단」이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이후 경제제재는 현실적으로 전쟁의 전 단계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35∼36년 무솔리니의 이탈리아에 대한 국제연맹(유엔의 전신)의 경제제재를 지켜본 영국의 챔블린 재무장관은 『경제제재가 전쟁을 예방하지도,중지하지도,무고한 희생자를 구제하지도 못했다』며 그런 제재의 지속을 「한여름의 광기」로 몰아붙인 적도 있다.
금세기들어 경제제재는 거의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영향력 퇴조,경제의 국제화와 거래의 다각화로 갈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들이다.
워싱턴의 국제경제연구소 개리 합보어팀 연구에 따르면 2차대전 이후 72년까지 미국이 실시한 경제제재 35건 가운데 외교정책적 목적을 성취한 경우는 18건에 불과하며 73년이후 90년까지는 46건 가운데 38건이 목적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라크·쿠바·아이티·세르비아가 지금도 경제제재하에 놓여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1914년 독일에 대한 경제봉쇄이래 1백3건의 제재를 분석한 합보어팀은 경제제재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정책수립가들이 명심해야할 아홉가지를 「9계명」으로 제시했다.
『씹을 수 있는 만큼만 깨물고 기대효과를 부풀리지 마라. 상대가 약해질대로 약해져야 효과가 있다. 평소 적대국에 대한 경제제재는 성공률이 낮다. 대가를 최대한 치르도록 단호하고도 결정적으로 제재하라. 신중한 계획이 필수적이며 「비밀작전」 같은 부수전략은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국제적 공동보조는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북한핵에 대한 대북제재 모색과 관련,얼마만큼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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