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書畵 眞僞 과학적 판별-蕙園화첩 논란계기로 알아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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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미술계에서는 최근 일본에서 반입돼왔다는 蕙園 申潤福의 풍속화첩에 얽힌 眞僞문제가 큰 쟁점이 되고 있다.이 화첩의 진위가판명될 경우 어느쪽이 됐든 개인의 명예실추는 물론 막대한 금전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어서 어느 누구도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3일부터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공개된 이 화첩에 대해 일반인들은「현대의 발달된 과학장비를 사용해 그진위를 감정할수는 없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이 화첩에 사용된 안료의 성분을 분석,혜원이 주로 많이 썼던 것임을 입증해보이는 일과 또 종이의 섬유질을 분석해 제작연대를 밝히는 일 등이다.
국내에서 장비를 이용해 이같은 방법의 검사나 분석을 할 수 있는 곳은 문화재 관리국 산하 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과 湖巖미술관의 보존과학실 두곳뿐이다.
이곳들은 원래 새로 발굴된 문화재나 자연상태에서 훼손돼가는 미술품들을 과학장비를 이용해 안전하게 보존처리하는 곳.그러나 보존처리과정에는 재료의 성분분석등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으로 뒤따르게 돼 사실상 고미술품의 보수나 수복도 이곳에 서 하고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이곳 장비나 시설을 이용하면 옛 그림의 연대측정이나 작가 판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두곳의 실무담당자들은 과학장비를 이용한 이같은 분석은 방법적으로는 가능하나 문제의 진위감정만은「결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곳에서 적용할수 있는 방법은 XRD라는 X-레이 회절분석장치 등을 이용한 안료분석과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종이의 섬유질 분석 두가지다.
X-레이 회절분석장치를 이용한 안료분석은 그림에 칠해진 안료를 약간 채취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 방법을 쓰면 어떤 성격의안료가 사용됐는지 알수 있다.
또 비파괴분석기라는 장비를 사용하면 안료를 채취하지 않고도 성분을 알아낼수 있 지만 현재 국내의 비파괴분석기는 청동.철기유물 등의 재료분석에만 사용될 뿐 물감이 살짝 발린 그림에서는분석자료를 뽑아내기 어렵게 돼있다.
보존과학연구실의 姜炯台 전문위원은『비록 안료분석은 가능하더라도 그 자료만으로 蕙園의 그림임을 단정할수 없다』고 말한다.
姜위원은『이제까지 조선시대 서화작가의 그림을 대상으로 한번도안료분석을 한적이 없었다』며 따라서『이 화첩의 안료분석을 한다해도 비교할 연구자료가 축적돼 있지 않아 누가 썼던 안료인지 밝혀낼수 없다』고 말했다.
종이의 섬유질분석 역시 비교해볼 자료가 없기는 마찬가지.
湖巖미술관의 李五二보존연구실장은『SEM이란 전자현미경을 사용해 섬유의 자연부식도를 측정하면 섬유질의 구성성분을 알아낼수는있다.그러나 국내에는 1백년 묵은 종이,2백년 묵은 종이라는 구체적 데이터가 전혀 없어 비교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이외에 일반에 잘 알려진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도 생각해볼수 있지만 이 방법은 오차가 너무 커 옛 書畵의 연대추정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화첩의 진위여부는 지금까지처럼 권위있는 전문가의 안목에 의한 감정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전문가 역시 진위판정 여부에 따른 당사자들간의 이해차가 워낙 크고 또 고미술상인들의 일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에 선뜻 나설 것 같지 않아 이 화첩의 진위판정이 어떤 식의 해법을 찾을지 현재로서는 거의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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