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천서 대선 후보 첫 경선 … 이인제, 조순형 눌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대회가 20일 인천 런던컨벤션웨딩홀에서 열렸다. 1위를 차지한 이인제 후보(左)와 2위 조순형 후보가 다른 후보의 소감을 듣고 있다. [인천=뉴시스]

범여권의 '마이너리그'로 불리는 민주당이 20일 인천에서 실시한 첫 지역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전체 유효투표 1983표 중 735표(37.0%)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민주당 후보 가운데 1위를 달려온 조순형 후보는 508표(25.6%)를 얻는 데 그쳐 조직력에서 앞선 이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3위는 422표(21.3%)를 얻은 김민석 후보가 차지했다. 이어 신국환 후보 251표(12.7%), 장상 후보 67표(3.4%) 순이었다.

이날 경선에서는 이 후보의 조직력이 조 후보의 대세론을 눌렀다는 것이 투표 결과를 지켜본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은 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선거인단 투표 35%, 여론조사 15%를 반영해 최종 후보를 뽑는다. 그러나 이날 첫 투표가 실시된 인천 지역만은 비율 조정 없이 신청한 사람 모두를 선거인단으로 인정하는 특례가 적용됐다. 당 지도부가 당초 제주에서 첫 경선을 치르기로 했던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이에 따라 조직 동원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이 후보가 낙승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날 경선은 투표율이 9.1%에 그치는 등 참여도가 극히 낮았다.

민주당은 ▶평일에 경선을 실시한 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편물 폭주에 따른 선거공보물 발송 지연 등을 투표율 저조의 이유로 들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에 이어 '흥행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인제 "부활의 날갯짓 시작됐다"=첫 투표에서 기세를 올린 이 후보는 "작지만 50년 전통의 위대한 민주당이 다시 부활하는 날갯짓이 인천에서 시작됐다. 낡고 잘못된 노선의 정치를 밀어내고 민주당의 순회경선 태풍이 커져 12월 19일 중도개혁정권을 세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대세론에 타격을 받은 조 후보는 "투표 결과를 겸허한 심정으로 받아들인다. 비록 성과는 좋지 않았지만 분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서 투표율 저조는 민주주의의 적신호다. 민주당의 경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의 투표율이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3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선보인 김 후보는 "작은 이변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가 오늘 시작됐다"며 "경선에 긴장과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최종 승자가 돼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은 전체 선거인단 58만713명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8%에 불과해 추석 연휴 직후 실시되는 전북(29일), 강원.대구.경북(30일) 경선을 거쳐야 판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북 경선은 민주당의 주요 기반인 호남 표심의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5명의 후보가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이날 투표에서 조직력이 센 후보가 이기는 결과가 나오면서 민주당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처럼 '동원 선거' 논란도 불거질 조짐이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이 후보가 얻은 표는 상당수가 동원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인천은 등록 선거인단 전원에게 투표 기회를 주는 바람에 이 후보에게 한 방을 먹고 말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에서 이런 현상이 빚어져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말 당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을 것"이라며 "선거 방식이 정상화되는 이후 경선에서는 조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이렇게 많은 표를 동원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원래 선거라는 게 열성적 지지자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일축했다. 이 후보 측은 또 "우리는 2002년 대선 때 국민경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데다 이 후보를 안타까워했던 지지자들의 열성도 대단하다"며 "선거인단의 상당수가 우리 쪽인 전북을 비롯해 앞으로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