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 앓았던 30대 日어린이 둔기로 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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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30대 한국 남성이 서울의 일본인학교에 등교하던 일본인 유치원생을 손도끼로 폭행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 국민의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양 국민의 감정적 갈등이 우려된다.

◆사건 발생=29일 오전 10시쯤 서울 개포동 서울일본인학교 교문 앞에서 통학버스에서 내려 유치원으로 가던 이 학교 유치원생 일본인 T군(5)이 朴모(36)씨가 휘두른 손도끼에 맞아 크게 다쳤다.

朴씨는 T군과 함께 등교하던 일본인 원생 N양(6)에게도 달려들어 공격을 시도하다 때마침 달려온 이 학교 경비원에게 붙잡혔다.

T군은 朴씨가 내리친 손도끼에 머리 뒷부분을 맞아 현장에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두개골 골절상과 뇌출혈 판정을 받고 2시간 동안 수술을 받는 중상을 입었다. 이날은 T군의 생일이었다. N양은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

경찰에서 朴씨는 "28일 오후 친구를 병문안 하러간 병원에서 일본말을 하는 남자 3명에게 폭행당해 화가 치밀어 복수하려 했다"고 범행 동기를 말했다.

朴씨는 범행 직전 서울 개포동에 있는 사촌형의 집 근처 철물점에서 길이 35㎝ 가량의 손도끼를 산 뒤 일본인학교로 갔다. 이어 T군 등 15명이 탄 통학버스를 기다리다 맨 마지막에 내리던 T군 등을 공격했다.

경북 경산시에서 특정한 직업이 없이 사는 朴씨는 2000년 부모의 목을 졸라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그동안 정신분열증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朴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살인미수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일본 측 반응=일본인학교 측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미나미데 미쓰루(57) 교장은 "등.하교시 부모가 동반하고 경찰관을 학교 주변에 배치하는 등 안전대책을 취하겠다"며 "30일 하루 동안 임시 휴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의 고기리마 아쓰시 1등서기관은 "현재 대사관 측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범인의 동기를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어린 학생을 상대로 그런 폭력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을 방문 중인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9일 아베 마사토시 일본 외무부 대신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가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철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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