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증권이야기>포도밭의 여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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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굶주린 여우 한마리가 있었다.포도밭 주위를 어슬렁거렸지만 높은 담장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마침내구멍하나를 발견했지만 너무 작아 며칠을 더 굶고 몸이 더 홀쭉해진 다음에야 포도밭에 들어갔다.
여우가 실컷 먹고 나오려는데 이번에는 불룩해진 배 때문에 나올 수가 없었다.다시 며칠을 굶고 나서야 겨우 기어나왔다.여우는 집으로 돌아가며 중얼거렸다.『결국 배가 고프기는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다를게 없군.』 일반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은 이 포도밭의 구멍과 같은 곳이 아닐까.힘들여 들어가서 배불리 먹은것도 같은데 결국 다시 굶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는 운명의 구멍은 아닌지.특히 최근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면서 종합주가지 수는 오르는 것 같은데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주식시장이라는 포도밭의 열쇠를덩치 큰 기관들이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투자자들은 계속 포도밭 밖에서 주린 배를 움켜잡고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현명한 투자자라면 기관투자가들이 포도밭의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몸빠르게 들락거리며 나름대로 투자수익을 챙기는 방법을 익혔을 것이다.
즉 기관투자가들이 앞으로의 주식시장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는지,또 그에따라 어떤 업종이나 종목을 좋아하는 지를 연구해 기관들의 투자 성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에 그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거나 최소한 늦지 않게 좇아가야 하지 않을까.
지금 기관투자가들은 주로 경기 관련 성장주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그리고 비교적 많은 물량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대형주중에서 그동안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종목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이제 기관투자가들을 따라 포도밭으로 들 어가는 일은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선경증권 증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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