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비판다운 비판하라" 검찰 "판사들이 밥상 차려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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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씨의 영장 기각을 놓고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다. 대검은 19일 오전 총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신씨는 핵심 인물 아닌가. 수사에 엄청난 차질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판사들이 밥상(구속영장)만 받아 봤지, 밥상을 차려 봤느냐"고 비난했다. 법원도 '사법정의의 포기' '사법적 무정부 상태'라는 검찰의 거친 표현에 대해 "비판다운 비판을 하라"며 맞받아쳤다.

이귀남(사진)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19일 "신정아(35)씨의 횡령 혐의를 규명해 주말께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중수부장은 이날 신씨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공식 브리핑에서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지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오전 9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정상명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다음은 이 중수부장과의 일문일답.

-어떤 부분을 보완하나.

"신씨의 업무상 횡령 등 추가 혐의를 규명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 그 뒤 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이번 영장에 포함시키지 못한 부분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의미다."(※신씨의 학력 위조 이외의 의혹 사항은 전날 기각된 구속영장에는 포함되지 않고 법원에 수사 기록으로만 제출됨.)

-부실 수사라는 지적이 있는데.

"혐의에 대해서는 영장전담 판사도 다 구증(진술로 입증)이 돼 있다고 한 만큼 부실 수사라고 볼 수는 없다. 초동 수사가 늦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초기엔 단순한 사문서 위조 사건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보는데 혐의를 추가해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는 영장 기각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씨가 미국에서 자료를 찾은 것도 검찰 입장에서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봤다. 법원에서 달리 본다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변양균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돼 현장에 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수사가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선 증거 인멸 시도 우려가 많다는 점을 (법원이) 알아야 한다."

-변양균 전 실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신씨 구속영장 청구 이후인가.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할 것 같다."

-수사가 남북 정상회담(10월 2~4일)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나.

"결국 정상회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수사는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것이냐, 범위가 넓은 것이냐.

"혐의 사실을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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