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8.8%에 만심말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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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1분기의 경제성장이 8.8%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연초 예상보다 높은 7%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잠재성장률을 7%로 본다면 연율기준으로 7%대를 유지하는 한 1분기만을 놓고 과열논쟁을 벌이긴 이르다.
오히려 이슈는 성장률의 수치라기 보다는 성장을 하게 된 요인의 분석과 과연 이제부터 어떻게 경제가 안정성 궤도를 유지하도록 관리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적정성장률을 초과한 것으로 보이는 8.8%의 높은 성장이 당면과제인 경쟁력 제고와 제도개혁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를 살피는게 보다 생산적이다.
표면적으로 성장을 주도한 부문이 제조업과 설비투자로 나타난 것은 원칙적으로 건실한 성장으로서 경기회복과 관련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88년이후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설비투자 20.2% 증가가 국제경쟁력 제고의 일환으로 나타난 것인지,그렇지 않으면 엔고나 중국 및 동남아특수의 물량공급을 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경제부총리가 이와관련해 거시관련 경제지수를 면밀히 살펴보되 급격한 정책선회는 없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경제의 회복세가 안정궤도에 진입한 것이라고 판단하면 그동안 미루었던 개혁과제를 챙겨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은 제도의 정비를 통한 제도생산성의 개선으로,결국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정작 경기가 불황국면에서는 정부가 경기활성화에 매달려 개혁작업을 늦추고,호황국면에서는 경기회복세를 꺾을까봐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한 기업과 가계 등 민간경제 주체들도 상황이 어려워져야 합리화도 생각하고 절약도 하면서 무엇인가 변신의 노력을 하다가 정작 상황이 호전되면 해이해지는 것이 상례였다.
이야말로 1분기의 높은 성장률을 보면서 정부나 민간부문 모두가 경계해야 할 점이다. 수치가 경고하고 있는 참뜻을 이해하고 합리화를 통한 효율증진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렇지 말고 방심하는 사이에 외부상황은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고,그때에 가서 다시 변신을 시도해본들 때는 이미 늦는다.
성장률을 집계,발표한 한은은 물가불안의 조짐은 없다지만 일부 업종에서 구인난이 가중되는 등 부문별로 애로요인이 발생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인플레 압력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정부가 누르고 있어 잠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통화관리를 통한 총수요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지속적인 유통구조개선을 통한 공급부문의 정비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수입이 계속 수출증가세를 앞지름에 따라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에 대비하고,수입은 경쟁력 확충을 위한 부문에 집중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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