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佛소설가 생 텍쥐페리 재조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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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생 텍쥐페리(1900~1944) 50周忌를 맞아 그의 생애와문학세계가 집중 재조명되고 있다.
프랑스 각 신문과 잡지에 생 텍쥐페리 특집이 잇따라 실리고 있고,그의 문학세계와 생애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 傳記가 속속 출간되고 있다.최근들어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펠랭출판사와 플롱출판사가 올들어 생텍쥐페리 전기를 각각 펴냈고,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레옹 베르트가 쓴 증언록인 『내가 알았던생 텍쥐페리』가 비비안 아미출판사에 의해 증보판으로 출간됐다.
갈리마르출판사는 사진집을 『생 텍쥐페리여,안녕』이란 제목으로 엮어냈다.또 전기작가인 스타시 드 라 브뤼예르가 쓴 『생 텍쥐페리,逆流의 삶』이란 전기가 알뱅 미셀출판사에 의해 곧 출간될예정이다.
50주기를 기념하는 행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그의 대표작『어린 왕자』의 초고와 삽화를 소장하고 있는 뉴욕市 모건도서관이 생 텍쥐페리 특별전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금년중 전세계적으로1백여건의 각종 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20세기 프랑스작가 가운데 생 텍쥐페리만큼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가는 없다.『어린 왕자』의 경우 세계 90개국어로 번역돼지금까지 4천만부 이상이 팔렸다.특히 불어판은 문고본으로 6백50만부가 팔려 이 분야에서는 최고 기록이다.갈 리마르출판사가지난72년 청소년용 문고판으로 펴낸 『야간비행』과 『인간의 대지』는 각각 1백만부이상이 팔리며 여전히 높은 판매고를 유지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그가 거둔「대중적」성공은 오히려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앙드레 지드,장 폴 사르트르,앙드레 말로로 이어지는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知的 전통에 비추어그는 주류에서 벗어난 異端兒로 취급돼 왔다.지식 인들 사이에서는 그를 단순한「청소년 문학가」나「성공한 동화작가」정도로 폄하는 시각마저 없지 않다.『천사의 날개가 달린 비행기에 프로펠러를 단 天使長을 적당히 결합시켜 빚어낸 싱거운 粗惡品』이라는 평론가 장 루이 보리의 혹평은 프랑스 지식인들의 이같은 시각을대변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세기 프랑스작가 가운데프랑스중앙은행에 초상권을 빌려주고 있는 유일한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이루어지고 있는 그에 대한 재조명 작업은 지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생 텍쥐페리와 그의작품을 재평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항공우편 초창기에 직업조종사로,프랑스해방을 위해 싸운 정찰기 조종사로, 詩的 문체와상상력을 통해 어린이의 영혼에 다가선 휴머니스트로,별과 장미와우주를 사랑한 로맨티스트로,어린이다운 시선으로 어른들의 위선과허영을 고발한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로서 생 텍쥐페리를 다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1944년7월31일 아침 코르시카섬을 출발,프랑스 본토쪽으로 정찰비행을 나갔다가 실종됐다.그의 최후를 둘러싼 의문은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독일군 대공포화에 맞아 바다에 추락했거나 평소 습관대로 산소마스크를 쓰지 않 고 비행하다 사망했을 거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어린 왕자처럼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채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던 것이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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