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승 꿈 부푼 김호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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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金 浩감독의 얼굴에 모처럼 밝은 미소가 찾아들었다.지난 91년 축구대표팀 제1호 전임감독으로 발탁된뒤 3년동안 잃어버렸던미소였다.金감독은 지금 「월드컵 본선 첫승 감독」의 꿈에 부풀어 있다.
86,90월드컵대표에 비해 약체라던 대표팀이 이제는 오히려 체력.조직력에서는 한수위라고 평가될만큼 전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선수구성을 둘러싼 잡음도 오랜만에 말끔히 씻어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로 최종엔트리 22명을 확정,대표팀감독으로서의권위도 찾았다.金감독은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고집쟁이」다.전임감독을 맡은 이후 일관되게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베스트 11을 빨리 확정하라』는 끈질긴 여론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당일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바로 베스트 11』이라는 주장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본선 3회연속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으나 對일본전 패배에 대한 비난.
질타와 함께 엄청난 사퇴압력을 받았을 때도 그는 끝끝내 사퇴를거부하고 대표팀 개편에 나설 정도였다.
이러한 金감독의 고집에 대해『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질이 없다』는 혹평을 하기도 하고 혹은 『그만의 독특한 장점』이라고 좋게보기도 한다.
그의 학력은 동래고 졸업이 끝이다.비록 70년대에 金正男(現축구협회 전무)과 함께 「아시아최고의 수비수」로 명성을 날리긴했어도 연.고대 출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축구계 풍토에서 고졸출신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그는 남들보다 더한 노력과 바로 그 「고집」으로 살아남았고 대표팀 전임감독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인내심과 고집은 더욱 확고해졌다.
어느새 불만에 가득찬듯한 고집스런 표정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버렸다.
金감독은 기쁠때나 슬플때나 楊姬銀의『하얀 목련』을 즐겨 부른다.노래를 부를 때의 우수에 젖은듯한 표정은 그의 인생역정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올초 훈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16강 운운하는 것이 난센스로보일 정도로 허점투성이였던 대표팀이었으나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면서 겨우내 고집스럽게 시켰던 체력훈련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선수들의 기량도 향상,이제 절반쯤은 감독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
아직 수비진이 불안하고 수비와 허리의 연결이 불만스럽지만 공격력이 앞서가면서 전술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게됐다.
金감독은 이제 한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달동안은 집에 전화 한통 못했다.뒤늦게 본 막내아들(국4)에게 미안하고 도서관학과를 나온 죄로 해외의 각종 자료를분석해준 부인이 고마울 따름이다.
모든 책임을 한 어깨에 짊어진채 마지막 4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26일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을 바라보는 金감독은 희망에 가득차 있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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