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背水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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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背는 月(肉)과 北의 합성자로 사람이 몸(肉)을 서로 엇갈리게(北)하고 있는 모습이다.곧 등지고 있다는 뜻이다.水는 물의모습에서 나온 글자이고 陣은 흙으로 쌓은 언덕(.阜)을 방어선으로 삼아 여기에 전차(車)를 세워 둔 형상으로 陣地를 뜻한다. 한고조 劉邦을 도와 項羽를 멸망시켰던 장군은 韓信이다.그는젊어서 밥을 빌어 먹을 정도로 가난했다.갖은 고생을 다 했지만좀처럼 등용되지 못하고 백수건달로 보내고 있던 차,蕭何(소하)의 도움으로 유방이 그를 대장군에 임명한다.
한 번은 한신이 趙나라를 칠 때였다.이상하게도 그는 강물을 등진 채 진을 치도록 했다.퇴로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이것을보고 조나라 군사는 크게 웃었다.
그러나 결과는 조나라의 대패로 끝나고 말았다.적장을 사로 잡고 승전의 잔치가 벌어졌을 때 부하 장수가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 강을 등지고 진을 치는 것은 금기로 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러자 한신이 말했다.
『물론 그런 말이 있지.그러나 병법에는 이런 말도 있다.「死地에 빠진 다음에라야 살게 되고 망하게 된 처지에 선 다음에라야 존재하게 된다」고.』 『背水陣을 친다』는 말은 죽을 각오로싸우는 것을 뜻한다.따라서 死生決斷,곧「決死的」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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