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 박테리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 투쟁의 역사다. 독일 시인 하이네는 『인생은 병이요,세계는 병원이다. 죽음이 우리들의 의사다』고 절망했지만 질병과의 투쟁에서 인류는 희망과 절망을 무수히 반복해왔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명했을 때 승리는 인류의 것으로 비쳤다. 페니실린의 등장으로 한때 못고칠 질병은 없는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을뿐 페니실린에도 견디는 균이 나왔고 여기에 대항해 인류는 제4세대의 항생제까지 개발했다.
현대에 들어 의학의 획기적 발전은 인류의 자신감을 북돋웠지만 에이즈의 등장은 다시 인류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인류의 능력으로는 아직도 에이즈를 제압할 수 없다. 에이즈 천형론·인류필멸론의 비관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인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의 연구성과로는 2000년에 가면 에이즈를 제압할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이즈를 최후의 강적으로 알고 싸우는 이때 질병쪽의 새로운 강력한 도전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우리를 놀라게 한다.
「살을 갉아먹는 괴박테리아」가 유럽을 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88년과 90년 스칸디나비아를 공격했던 이 박테리아가 올해 영국에 나타나 최근까지 7명의 희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이 병에 걸리면 처음엔 살갗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물집이 생기기도 하며 고열과 심한 고통·구토 등에 시달리다 하루만에 죽는다는 것이다. 이 박테리아는 얇은 캡슐같은 막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어 항생제로도 죽지 않고 한시간에 1인치의 속도로 사람의 살을 갉아먹는다고 보도되었다.
정체불명의 이 박테리아가 인류의 새로운 천형이 될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국내 전문가의 의견으로는 이 외신보도가 「과장」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박테리아에 입이 있을리 없는데 살을 갉아먹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필경 박테리아의 독소 때문에 쌀이 썩어들어가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게 아닐까고 말한다.
방역당국은 아직 국내에는 그런 환자의 예가 보고된바 없지만 「예의주시중」이라는 설명이다.
인류와 질병의 싸움은 아무래도 끝이 없을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