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평가제/부처관리 경영기법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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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책 집행과정·사후점검에 중점/이 총리 내각 실질적 장악 포석도
정부가 기관평가제를 도입,각 부처의 업무평가를 제도화하려는 것은 한마디로 민간기업의 경영평가제를 도입해 행정의 효율화를 기하자는 것이다.
민간기업들은 경영실적에 따라 책임자와 관련직원들을 특진이나 포상을 하기로 하고 문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신상필벌이 장·차관의 교체 등 정치적으로만 이루어지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들에게 신상필벌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문제가 있을 경우 검찰의 수사가 감사원의 감사 등이 있으나 이는 사후적인 것이 강하고,공무원들이 일을 책임지고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해왔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우루과이라운드(UR) 대책이나 농안법 파동 등에서 드러났다.
국가정책이 미리 준비되지 못해 혼선이 일고 정책이 실패함으로써 국가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가 어떤 정책이든 책임지고 일하는 분위기를 제도화하자는 것이 바로 기관평가제라 볼 수 있다.
선진국들은 행정의 복잡화로 이미 오래전에 시스템평가방식을 정착시켜 왔다.
서울대 김신복교수(행정학)는 『외국의 경우 시스템평가방식이 확립돼 정책결정 및 집행 못지않게 정책추진체제에 대한 평가기능이 활성화돼 있다』며 종래의 정책평가만으로는 효과적인 기관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동서 행정쇄신위원회 위원장은 『청와대나 총리실 등에서 국가 주요정책에 대한 평가기능을 담당,시행상의 문제점을 다시 일선부처에 알려주는 장치(feed back)가 필요하다』며 『최근의 잇따른 정책실패는 정책 자체보다는 집행과정 및 사후평가기능의 미흡과 이로 인한 점검소홀에 기인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UR나 농안법 파동 등은 정책을 만들기만 했고 이 정책이 어떠한 문제점을 야기할지,또 정책이 결정된후 시행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사후평가를 소홀히해 문제점이 돌출된 대표적인 경우라는 것이다.
총리실이 기관평가제를 도입,부처업무에 대한 평가기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총리실의 위상강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총리실의 고유업무인 내각통합 기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처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한 평가가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평가제는 특히 지난달말 취임후 총리실의 위상강화를 부단히 추구하고 있는 이영덕총리가 내각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려는 첫번째 포석이란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이회창 전 총리가 자신의 강한 추진력과 개혁이미지 및 김 대통령과의 관계(?)로 직접 내각을 통합하려 했다면 이 총리는 총리실 전체의 기능을 제도적으로 강화함으로써 내각을 효과적으로 지휘하겠다는 생각』이라며 『평가기능 강화는 이 총리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평가대상은 각 부처의 주요 사업이나 업무로 하고,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이들의 시작에서 최종 집행까지 효율성을 점검한다.
평가기준은 민간기업이 적용하고 있는 ▲최소한의 비용 및 최대이윤 ▲건전한 재무구조 ▲기술혁신 등을 참고로 정부기능에 맞게 재정리한다.
평가결과는 총리실에서 종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에 따른 포상과 인사 등 조치를 건의하게 된다.<김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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