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예멘 분리독립선언/아랍·유엔에 새정부 승인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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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전 보름째… 통합 4년만에 갈라서
【아덴·사나 로이터=본사 특약】 북예멘측과 내전중인 남예멘 지도부는 21일 통일 예멘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해 예멘은 지난 90년 5월22일 통합된지 4년만에 다시 남북으로 갈라섰다.
남예멘을 이끌고 있는 통일예멘 부통령 알리 살렘 알 베이드는 이날 아덴 TV와 라디오를 통해 분리성명을 발표하고,새로 만들어질 남예멘은 「예멘민주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베이드는 1백1명으로 구성된 「국가구난의회」를 구성해 여기서 대통령위원회와 의장을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앞으로 1년뒤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베이드는 아랍국가들과 유엔회원국들이 새정부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하고,새국가가 세워지더라도 앞으로 통일을 위한 노력을 게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예멘측의 이같은 재분리선언은 북측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과 남측의 베이드 부통령 사이에 권력 균형을 둘러싼 논란으로 지난 5일 본격적인 내전에 돌입한지 보름만에 나온 것이다.
남측의 분리선언이 나오기 직전 북예멘측은 20일 자정(한국시간 21일 오전 6시)부터 3일간 일방적인 휴전에 들어간다고 선포하면서 남예멘 지도부의 투항을 거듭 촉구했다.
북측의 휴전제의는 21일 회교축제를 위한 것인지 즉각 확인되지 않았으며,그런 형식적인 이유보다 아랍연맹 등의 강력한 정전요구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예멘사태 배경/밑으로의 합의없는 통일의 귀결/북예멘 분리 수락할지가 의문
남북예멘이 통일된지 4년만에 공식적으로 다시 분리됐다.
이번 베이드의 선언은 이미 분리된 현실을 재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선언이 나오기 직전 북예멘이 3일간의 잠정 휴전을 선언한 것까지 감안하면 상황이 급진전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예멘 내전은 북예멘 전력이 훨씬 우세한데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예멘은 남예멘의 휴전제의와 아랍연맹의 중재제의를 거부해 국제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 그러나 무력에서 우세한 북예멘이 분리를 수락할지,아니면 무력에 의한 통일을 강행할지는 미지수다. 남북예멘이 72년 11월과 79년 3월 두번이나 통일안에 서명하고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부세력의 막후공작으로 무산됐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분단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일단 높다고 볼 수 있다.
북예멘측은 살레의 친족들이 군요직을 독점할 정도로 부족 중심사회다. 국가개념보다 부족개념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군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헌법 국민투표에는 절반가량이 거부했을 정도로 밑으로부터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통일이었다. 애초부터 북예멘은 남예멘을 수용할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예멘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이라크편을 들어 인근 아랍국으로부터 고립됐으며 당시 사우디에서 일하던 예멘노동자 1백만명이 추방당해 예멘의 국민총생산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정도로 대외 의존도는 너무 심하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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