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81.사진)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17일 낸 자서전 '격동의 시대:신세계에서의 모험(The age of turbulence:Adventures in a bew world)'에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겼다"며 "그해 여름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져 동남아 각국에 번졌으나 나는 한국이 위태로워진 11월 들어서야 깊숙이 개입했다"고 회고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당시 일본은행 고위관계자가 '다음은 한국 차례'라고 내게 전화했고 다른 직원도 '(한국에서) 댐이 무너지고 있다'고 전해 11대 경제대국의 급작스러운 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 정부는 250억 달러의 외환이 있어 끄떡 없다고 주장했으나 우리는 곧 한국 정부가 장난치고(play games) 있음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 일급 보좌관 찰리 시그먼이 11월 말 한국은행에 전화해 '왜 외환을 풀지 않나'고 묻자 그들은 '한푼도 없다'고 답했다"며 "우리는 루빈이 이끄는 기동팀을 가동해 550억 달러의 융자 패키지를 마련했으나 몇 주가 걸렸다"고 회고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더 어려운 문제는 전 세계 수십 개 대형 은행에 '대 한국 부채를 회수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일이었다"며 "우리는 전 세계 재무장관, 은행장들의 잠을 일시에 깨우는 기록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