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씨 돈 건넬 때 현금만 써 정윤재에겐 큰돈 줬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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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42)씨의 측근 J씨는 17일 "김씨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서 '정윤재(44)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게 상당히 큰돈을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한 국회의원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이미 7월에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J씨는 수년 전 김씨의 비서로 채용됐다. 이후 김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김씨를 위협해 10억원을 받은 혐의(공갈)로 6월 23일 구속됐다가 지난달 1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J씨는 김씨의 대출 사기와 횡령 혐의를 검찰에 진정해 김씨가 구속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J씨는 "최근 김씨 문제가 크게 부각된 뒤 전라도의 한 섬에 머물다가 태풍 때문에 어제 부산으로 돌아왔다"며 "그동안 검찰과는 연락을 계속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J씨가 검찰의 부탁으로 정 전 비서관 소환 시점에 맞춰 부산으로 왔으며, 검찰이 그의 진술을 정 전 비서관 수사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J씨와의 일문일답(※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김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돈을 줬나.

"김씨가 여러 차례 돈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합하면 상당히 큰 액수다."(※검찰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김씨와 정 전 비서관의 금품 거래는 2003년의 후원금 2000만원이 전부다. 따라서 J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돈을 전달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나.

"김씨는 누군가에게 돈을 주러 갈 때는 혼자 간다. 나중에 김씨 또는 회사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들은 것이다."

-김씨가 다른 정.관계 인사에게도 돈을 준 것으로 알고 있나.

"전.현직 부산시 고위 관계자, 부산 모 구청의 고위 관계자, 은행 최고위 관계자, 모 한나라당 의원 등 10여 명에게 돈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J씨는 이 말을 하며 여러 명의 정.관계 고위 인사의 실명을 언급했다)

-김씨는 어떤 식으로 돈을 건네나.

"현금만 쓴다. 큰 가방이나 백화점 쇼핑백을 주로 사용한다.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는 '샤넬' 가방에 넣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이런 얘기를 했나.

"대부분 검찰에서 진술했다. 정말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까지 구분해 줬다."

-그런데 왜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최근에야 착수했다고 생각하나.

"검찰 내부에 수사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도 검찰에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한 적이 있나.

"8월에도 밤이나 주말에 부산지검에 가서 사건 주임 검사를 만나곤 했다."

-김씨가 돈을 많이 챙겼나.

"김씨가 최근에도 '미월드' 사업권을 팔아 치워 20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미월드'는 부산시 민락동의 위락시설로 김씨는 그 땅에 초고층 주거용 콘도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부산=민동기.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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