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商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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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亡國에는 반드시 폭군과 奢侈(사치).享樂(향락)이 있었음을 알수 있다.商(일명 殷)의 마지막 왕(紂王.주왕)은 중국폭군의 대명사로 애첩 달己(달기)에게 빠져 사람을 태워죽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이른바「포烙之刑 」(포락지형)이 그것이다.
후에 發이라는 신하가 紂王을 죽이고 새 왕조를 세웠는데 그것이 周나라로서 자신을 武王이라 했다.서기전 1100년께 일이다.앞서 말한 전형적인「革命」인 셈이다.
졸지에 亡國의 백성이 된 商나라 사람들은 최하계층의 천민으로전락하고 말았다.武王은 그들을 먼 지방으로 쫓아내어 가축이나 매매하면서 살도록 했다.
그들은 가축을 몰고 각지를 전전하면서 장사로 연명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을「商人」이라고 불렀다.「商나라 사람」이라는 뜻인데후에는「장사하는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한자에 商人을 뜻하는 말로 賈(고)라는 것도 있다.그러나 商과는 달리 한 곳에 정착해 장사하는 자를 말한다.그래서 行商(행상)과 坐賈(좌고)라는 구별이 있게 된다.조선시대의 떠돌이상인을 褓負賈(보부고)가 아닌 褓負商(보부상)이라 부르는 이유도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백화점이나 구멍가게 주인은 앞으로 직업란에 商業이 아닌 賈業(고업)이라고 적어야 할것이다.진정한 商人은 우유배달이나 월부장사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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