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의뮤직@방송] 병원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매회 장면마다 노래 선정 탁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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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치고 성공하지 않은 작품이 없다. 1990년대에 화제가 됐던 ‘종합병원’을 비롯, 최근에도 ‘외과의사 봉달희’ 등이 두루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람 목숨을 좌우한다는 긴박감, 제한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관계와 러브 라인, 전문직에 대한 판타지 등이 성공의 견인차일 것이다. 이런 병원 드라마 중, 지금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는 ‘그레이 아나토미(사진)’다.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해서 의학 드라마라기 보다는 병원을 배경으로 한 멜로 드라마다. 메리디스·크리스티나 같은 햇병아리 의사들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레이 아나토미’에는 그래서 클로로포름 냄새가 아닌, 청춘의 향기가 풍긴다.

 특히 이 작품을 얘기할 때 음악을 제외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매 에피소드의 적재적소마다 기막힌 음악들이 선곡된다.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스노우 패트롤의 ‘Chasing Car’가 흘렀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미국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그들은 ‘그레이 아나토미’ 덕분에 미국에서도 스타가 됐다. 이 노래는 지난해 미국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흘러나왔던 곡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시즌 3를 통해 빅히트한 곡이 있다면 스웨덴 출신 밴드 피터, 비요른 앤 존의 ‘Young Folks’다. 매력적인 비트와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매력적인 이 노래는 이미 인디 록 팬들에게는 잘 알려진 곡이다. 그러나 ‘그레이 아나토미’가 이 노래를 채택함으로서 대중적으로도 히트했다. 대표적 힙합 뮤지션인 카니예 웨스트가 리메이크 했을 정도다. ‘그레이 아나토미’ 음악의 참다운 매력은 단지 좋은 노래를 쓴다는 데 있지 않다. 적절한 분위기에 적절한 가사까지 갖춘 노래들이 딱 어울리는 상황에서 쓰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음악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삶의 다양한 이야기가 음악에 담긴다는 얘기다. 허구헌날 사랑과 이별 타령만 하고, 어떤 장르가 떴다 하면 차트가 순식간에 그 장르로 도배되는 우리 현실과는 자못 비교되는 음악적 토양이 ‘그레이 아나토미’를 통해 역으로 보여진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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