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작품을 얘기할 때 음악을 제외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매 에피소드의 적재적소마다 기막힌 음악들이 선곡된다.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스노우 패트롤의 ‘Chasing Car’가 흘렀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미국에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그들은 ‘그레이 아나토미’ 덕분에 미국에서도 스타가 됐다. 이 노래는 지난해 미국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흘러나왔던 곡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방영되고 있는 시즌 3를 통해 빅히트한 곡이 있다면 스웨덴 출신 밴드 피터, 비요른 앤 존의 ‘Young Folks’다. 매력적인 비트와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매력적인 이 노래는 이미 인디 록 팬들에게는 잘 알려진 곡이다. 그러나 ‘그레이 아나토미’가 이 노래를 채택함으로서 대중적으로도 히트했다. 대표적 힙합 뮤지션인 카니예 웨스트가 리메이크 했을 정도다. ‘그레이 아나토미’ 음악의 참다운 매력은 단지 좋은 노래를 쓴다는 데 있지 않다. 적절한 분위기에 적절한 가사까지 갖춘 노래들이 딱 어울리는 상황에서 쓰인다는 것이다. 그만큼 음악적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삶의 다양한 이야기가 음악에 담긴다는 얘기다. 허구헌날 사랑과 이별 타령만 하고, 어떤 장르가 떴다 하면 차트가 순식간에 그 장르로 도배되는 우리 현실과는 자못 비교되는 음악적 토양이 ‘그레이 아나토미’를 통해 역으로 보여진다.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