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이 이윤환원이라니 교과서가 틀렸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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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기업의 목적을 이윤의 사회환원이라고 기술한 것은 틀렸습니다."

28일 오후 경주 보문단지의 경주교육문화회관 별관.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백여명의 중.고교 교사 앞에 강사로 섰다. 경제5단체가 2박3일 일정으로 마련한 '선생님을 위한 경제와 문화체험'행사에서다.

朴회장은 교과서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많이 내 국가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선생님들이 이같이 가르쳐야 한다"며 "교과서에 대표적으로 잘못 기술된 경제 관련 64가지에 대해 교육부와 협의해 바로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최소한 '기업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청년실업에 시달리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에 대해선 "입시 기술자만 찍어내는 현재의 교육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애프터서비스가 안 되고 반품도 안 되는 최악의 서비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앞서 첫 강사로 나선 김재철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무역과 우리 경제'주제 강연에서 '개방'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선진국은 비행기를 띄우며 맞은 20세기를 우린 달구지를 끌며 맞았다"며 "그 후로도 세계적 흐름을 무시하고 쇄국을 고집하다 나라까지 빼앗기는 굴욕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방과 외자유치로 급속한 산업화를 이뤄가고 있는 중국이 거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일본의 앞선 기술과 중국의 값싼 임금 사이에 끼여 고사할 형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金회장은 그러나 '우리 국민 IQ가 세계 최고'라는 자료까지 준비해 제시하며 "우수 인력이 풍부한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고 강조했다.

조남홍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노사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업인은 천사도 악마도 아니다"며 "다음 세대들에게만은 노사문제를 2분법적 시각으로 보지 않도록 가르쳐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의 노동운동을 보면 일제하의 항일투쟁 또는 해방 직후의 이념투쟁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며 "우리끼리 왜 '타도'를 외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대구 정동고 교사 정만우(47)씨는 "피상적으로 알았던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이 피부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상의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1백20명 규모로 계획했으나 참가신청이 쇄도하면서 2백여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행사의 계기는 지난해 말 경제5단체장 모임에서다. 단체장들은 '반기업 정서가 심각하다'며 대책을 마련키로 하고 직접 강단에 서기로 했었다.

재계는 다음달 초 이런 행사를 한 차례 더 한 뒤 올 여름방학부터 정례행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경주=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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