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다 젖었지만 나눔 있어 행복한 하루였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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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에 옷도 다 젖었지만 나눌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어요."

태풍 '나리'의 거친 위협 속에서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행사장을 따뜻하게 덥혔다. 16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광장에서 열린 2007 위·아·자 나눔 장터에는 중앙일보 미디어네트워크(JMnet) 임직원 외에도 기업 참가자와 500여명의 시민 참가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시민 참가자들은 이날 장터를 위해 그동안 정성스레 모아둔 기증품들을 모두 들고 나와 이웃과 함께 나누며 더욱 큰 사랑을 실천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천(45)씨 가족은 지난해 참가 이후 꼬박 1년 동안 모은 기증품을 세개의 여행용 대형 트렁크에 나눠 싣고 왔다. 이씨는 "이웃들이 해외여행을 가냐고 물어 봤을 때 '나눔장터에 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가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내인 김정화(43)씨도 "아이들이 스스로 물건을 진열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비까지 오는 궂은 날씨에도 기업 행사가 끝난 천막의 한 구석에는 시민 참가자들이 못 다 판 물건들을 진열해놓고 있었다. 한 시민 참가자는 "장터에 물건을 진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오기 시작해서 가져온 물건들의 반도 못 팔았다"며 "기부금을 내놓고 나면 집에 돌아갈 차비만 남겠다"고 말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참가자는 "돈 벌려고 온 자리가 아닌만큼 서운한 건 없다"며 "조금이나마 사람들과 함께 이웃을 도울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바지가 새건데 1000원밖에 안해요. 이거 내가 살 수 있으면 당장 사겠네."

기업 참가자들의 열기 또한 내리는 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각 기업 행사장에서는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어깨에 띠를 두르고 "돗자리가 단돈 2000원이예요" "SK 와이번스 야구팀 점퍼는 비에도 젖지 않아요" 등을 외치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기업에서 마련한 각종 이벤트들은 참가자들을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전자 다트와 보드 게임 등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는 재미와 함께 상품도 제공하고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힘차게 구호를 외치는 직원들을 본 시민들은 "저렇게 밝고 활기차고 긍정적인 분들이 일하니 우리 기업 미래가 밝지 않겠냐"며 파이팅을 외쳤다.

명사 기증품 경매장에도 시민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열리우리당 의장 등 정계 인사는 물론 박세리, 이운재, 현주엽, 이상민 등의 스포츠 스타와 이병헌, 한가인, 문근영, 권상우 등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타까지… 그들이 내놓은 기증품은 경매를 통해 여러 시민의 손에 쥐어졌다.

특히 사이클의 황제라 불리우는 랜스 암스트롱의 싸인이 포함된 사이클 헬멧은 100만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해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했다.

명사 기증품 경매에 참여한 송지연(26)씨는 "유명한 사람이 가지고 있었던 물건을 가진다는 것은 수집가들에겐 꽤나 매력있는 일"이라며 "단순히 기증품을 갖는다는 것 외에 수익금이 좋은 곳에 쓰여진다니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김윤미·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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