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든 「기업UR」/경쟁력 키우기 “발등의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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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통신·금융개방 반대 명분없어 협상 빠를듯/한국,96년 OECD 가입땐 우선적용 예상
치열하게 경쟁해온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자유화 및 통신·금융시장 개방을 위해 손을 잡으면서 「기업판 다자간 협상」을 추진,국내 기업과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국경을 넘나들며 사업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UR의 무역규범에 만족하지 않고 투자자유화를 위한 제도적 보장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UR이후의 윤곽 그리기에 선수치고 있다.
라운드의 변천과정을 돌이켜보면 이같은 움직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현상이다.
라운드는 항상 직전 라운드에서 완전하고 명확하게 타결보지 못했던 분야를 우선적으로 다뤄왔다. 동경라운드는 케네디라운드가 다루지 못한 비관세장벽을,UR는 동경라운드가 소홀히했던 농산물과 서비스분야를 중점으로 취급했다.
그렇다면 다음 다자간협상에서는 UR에서 완전타결을 보지 못했던 분야의 투자·금융·통신·해운 등이 반드시 들어가게 된다.
이미 UR 참가국 각료회의에서는 금융·통신·해운 등 3개 분야의 후속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정됐던 터다.
여기에 다국적 기업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이미 관성을 받아 굴러가는 다자간 협상에 투자자유화를 요구하며 가속도를 붙이려하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은 다음달 말까지 마련할 국제협약 초안을 오는 7월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을 거쳐 OECD에 상정,회원국사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다.
협약이 실제 적용되는데까지는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UR의 원칙이 세워진 이상 OECD 회원국들이 투자자유화나 통신·금융개방에 반대할 명분이 없으므로 협상은 의외로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96년부터 OECD 회원국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방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바로 이 때가 우리의 OECD 가입목표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지금도 OECD의 자본이동 및 무역외거래의 자유화 규약을 가능한한 유보받으려고 노력하는 판에 가입과 동시에 추가적인 개방부담을 짊어질 위험이 크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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