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세부담 434만원 … 감세론 불거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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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당국도 당황할 만큼 세금이 잘 걷히고 있다. 재경경제부가 14일 발표한 '2008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총 국세 수입은 158조334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8% 늘어나 20조원이 더 걷혔다. 내년에도 총 국세는 165조6354억원으로 올해보다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국민 한 사람당 세금부담액은 434만원으로 예상됐다.

세금이 이처럼 많이 걷히고 있는 것은 소득세와 법인세 덕분이다. 소득세는 올해 6조5000억원, 법인세는 4조5000억원이 지난해보다 더 걷혔다. 내년에도 두 항목에서만 2조5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2005년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감세론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통세와 종합부동산세도 납세자의 조세 저항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세가 올해 3조3000억원이나 더 걷혔기 때문이다. 종부세도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납세자 부담은 늘어나 '뜨거운 감자'가 될 공산이 크다.

◆자영업자 부담 늘어난다=올해 소득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양도소득세수가 3조4000억원이나 증가한 게 한몫했다. 올해부터 실거래가 신고가 전면 시행된 데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 이후는 부동산 거래가 꽁꽁 얼어붙어 내년 양도세 세수는 되레 20.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양도세제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나온 숫자다.

소득세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종합소득세수다. 종소세수는 올해 17.4% 늘어나는 데 이어 내년에도 1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여파로 자영업자의 소득이 많이 노출된 덕분이다. 정부는 이를 반영해 올해 세제 개편 때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자영업자에게는 교육비와 의료비를 소득공제해 주기로 했으나 자영업자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유류세.종부세 논란=종부세 세대당 부담액이 올해 평균 454만원에서 내년에는 500만원이 넘을 공산이 크다. 내년 종부세수는 올해보다 34.3%나 늘어나지만 과세 대상 인원은 그만큼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면 올해 하반기 집값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과세 대상은 별로 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과표는 10%포인트 올라가 집값이 제자리여도 종부세 부담은 늘어나게 돼 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거래는 실종 상태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한 데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실수요자조차 분양 아파트만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유류세도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 올해 교통세수가 34.6%나 늘었기 때문이다. 잠시 주춤하던 국제유가도 최근 다시 치솟아 유류세 인하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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