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매년 1조원씩 늘어나는 종합부동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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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금의 종부세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보다 집주인을 혼내준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렇게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면서 정부는 “요새 세금이 잘 걷힌다”고 자화자찬한다. 찬바람이 불면 연말에 내야 하는 종부세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의 처지는 관심 밖이다. 하기야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을 편가르고, 종부세 대상자를 국민도 아닌 것처럼 조롱하는데야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종부세는 고쳐야 한다.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50만 명이다. 2005년 도입 당시 정부가 예상한 18만 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만큼 대상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한 집에서 거주한 1가구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투기와 무관하고, 매년 가혹한 세금을 낼 만한 여유가 없다. 평생 열심히 일해 달랑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봉급생활자나 고령자가 종부세 고지서를 받을 때 느끼는 낭패감을 생각해보았는가. 얼마 전 법원이 종부세가 1가구 1주택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종부세 부과기준인 공시가격 6억원이 현실에 맞는지 검토해야 한다. 사실 6억원이라는 기준 자체가 지극히 자의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 걷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정권은 비판을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