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동예금 '지수상승이 毒 될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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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3월 한 은행의 주가지수 연동예금에 여윳돈을 맡겼던 崔모(39)씨는 주가가 너무 올라 연 20%에 가까운 금리를 손해 봤다.

그가 가입한 예금에는 주가지수가 가입 때보다 60% 이내로 오르면 최고 연 27%를 주되 만기 이전에 주가지수 상승률이 한번이라도 60%를 넘으면 연 8.1%만 준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수 520~530선에서 시작한 이 예금 수익률은 주가 상승에 비례해 올 초 26.99%까지 올라갔지만 지난 9일 주가가 60%를 넘는 840선까지 상승함에 따라 고수익을 낼 기회를 놓친 것이다. 주가 급등으로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지는 주가지수 연동예금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년 만기로 판매됐던 상품의 상당수가 崔씨처럼 주가가 너무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이른바 '녹 아웃' 상품이기 때문이다.

오늘 4월 만기를 맞는 신한은행의 상승형 18호의 경우 지난해까지 연 19.99%의 수익률을 기록하다 최근 8%로 금리가 확정됐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3월 초 판매한 1년 만기 주가지수 연동형 3호도 최근 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50% 넘게 상승해 수익률이 연 8.5%로 정해졌다.

반면 이달 내 만기를 맞은 상품들은 주가가 녹아웃 제한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아 대부분 1년짜리 정기예금의 두배 이상 금리를 주게 됐다.

지난 27일 만기가 된 국민은행의 KB리더스정기예금 2호는 금리가 연 18%로 확정됐다.

외환은행의 안전전환형 8호는 지난 16일 고객들에게 연 20%라는 고수익을 돌려줬다. 신한은행 고영상 과장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주가 상승에 초점을 맞춘 주가지수 연동예금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은행들도 하락할 경우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하락형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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