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 데모의 악순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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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핵폐기물저장고 건설에 반대하는 경남 양산군 주민들의 반대시위가 격렬하다. 핵쓰레기를 묻을 곳을 찾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할 것은 계속 건설해나가야 하고,주민들의 반대는 의연히 거세고,우리는 과연 이 딜레마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가. 나아가 원전 건설입지를 찾는 일조차 어렵게 된다면 우리의 에너지 수급대책은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당국과 주민 모두가 우선 냉정을 되찾아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전 발전량은 이미 총발전량의 43%선을 넘고 있다. 또 2006년까지 모두 14기 1천2백만㎾ 규모의 원전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그러나 원전 폐기물 지하저장고를 확장하지 못하고,아예 발전소를 지을 곳조차 찾지 못한다면 산업생산이나 일상생활에 닥칠 불편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안민도사태 이후 원전 폐기물 저장고 건설게획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치대상 지역으로 주민의 1차적인 동의가 있는 곳도 막상 계획을 확정지으려면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이번 양상군의 경우도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맞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때문에 정부는 좀더 성의있게 원전의 안전성을 주지시키고 그 고장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 마련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주민들의 반대를 단순한 님비현상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홍보와 설득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원전 건설계획이 계획수립 당시보다 4기나 축소된 것은 정부가 이 님비현상에 적극적으로 정면 대응하지 않고 문제를 피하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을 대폭 억제해야 하는 그린라운드의 출범에 대비하려면 원전건설은 늘려나갈 수 밖에 없다.
이미 님비현상을 극복한 선진국의 원전은 주민과 주변환경을 공동조사하는 체제를 구축해 주민들의 불안을 사전·사후에 제거시키고 있다. 우리도 주민이 적극 참여하는 환경보호장치를 갖추어 원전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주민동의에 대한 반대급부로 획기적인 지역발전책을 시행하면 오히려 낙후지역의 개발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정부가 성의를 다한다고 생각하면 주민들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원전 폐기물은 납통·시멘트벽 등으로 완전 봉인되면 해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전원개발계획에 동의함으로써 오히려 지역발전의 실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과다한 요구로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도 손을 들게 만다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못된다.
선진국이 극복한 이런 사태를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확고한 소신아래 주민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선에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필요한 원전·폐기물저장소 건설도 해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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