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판 UR」도 생긴다/다국적기업/투자·금융개방 국제협약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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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IBM·지멘스·필립스등 주도
각국 정부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이어 이번에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투자 자유화 및 통신·금융시장 개방을 위한 민간차원의 또다른 다자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들 다국적 기업들이 거래 상대인 외국기업과 정부에 대해 내국인 대우를 해달라거나 통신·금융시장을 추가적으로 개방하라는 등의 압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이같은 기업간의 다자간 협상은 OECD 회원국 기업을 우선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어 우리의 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성사되면 다국적 기업들과 똑같은 수준의 개방의무를 국내 기업들이 짊어지게 될 전망이다.
13일 무역진흥공사 파리무역관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유럽의 80개 다국적 기업들은 UR협상에서 완전 타결을 보지 못했던 해외투자·통신·금융부문의 개방을 앞당기기 위한 국제협약을 공동으로 마련키로 하고 현재 초안을 작성중이다.
이들 다국적기업들은 6월말까지 초안을 만든후 사장단회의를 거쳐 7월의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유럽국가 정부들도 다국적기업의 이같은 움직임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G7 회담에서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무공은 분석했다. 협약은 빠르면 96년부터 발효될 수 있는데 OECD 가입과 맞물려 우리나라에도 자동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현상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의 IBM·DEC,독일의 지멘스,네덜란드의 필립스,스위스의 ABB 등이고 실무는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미국 상공회의소가 맡고 있다.
이들은 UR에서 무역관련 규범은 많은 진전이 있었으나 투자관련 규범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는데 불만을 표시하면서 각국의 외국기업 차별사례를 수집,이를 시정하는 포괄적 규범을 작성중이다.
무공 관계자는 『이 작업이 정부차원으로 공식화될 경우 여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민관합동으로 의견을 내는 등 협상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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