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지속의 5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카운터펀치를 허용한 세계 경제를 고유가가 다시 위협하고 있다.

14일 유가는 이미 80달러선을 돌파했다. 연내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0.23%(18센트) 오른 배럴당 80.09달러를 기록,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80달러를 상회했다. 유가는 장중 한때 80.20달러까지 상승했다.

고유가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미국 경제의 둔화, 달러 약세 등과 겹치면서 세계경제 순항에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고유가 상황은 이전 어떤 때보다 심각하다. 다양한 가격 상승 요인이 동시에 유가를 밀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 수급 불일치= 유가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활황으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친디아' 등 이머징마켓들이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수년새 중국과 인도는 세계 원유 소비 순위에서 2위와 6위로 뛰어올랐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화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동국가들의 석유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00~2006년 일 세계 석유 수요 증가량 800만배럴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양은 12.5%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각각 32%와 22%를 차지하고 있다.

2. 달러 약세=고유가 현상의 또 다른 이유는 달러 약세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두바이, 브렌트유 등 3대 대표 유종의 기준 가격은 달러로 매겨지고, 거래된다. 이에 따라 달러 가치는 유가 가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3년전까지만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유가가 낮더라도 산유국들은 어느정도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러 가치는 지난 3년간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유가 가치 역시 30%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유가를 끌어올리길 원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다.

OPEC이 충분한 증산에 나서지 않는 배경에는 달러 약세가 있는 것이다. OPEC이 12일 일 50만배럴 증산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증산량에 대한 실망감은 오히려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대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경우, 달러는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3. 계절적 요인=계절적 요인도 고유가를 심화시키고 있다. 동절기를 맞아 난방유 등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허리케인 시즌도 계속되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리타로 상처 입은 멕시코만 일대를 이번엔 움베르토가 강타, 한때 수개 정유시설이 가동 중단사태를 맞기도 했다.

4. 정유시설 투자 미흡=멕시코만 일대 정유시설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2005년 카트리나 상륙 당시 상당수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복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정부와 업계가 서로 책임을 떠미는 사이 미국의 정제능력은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일 평균 2100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해 사용하는데 이 중 1700만배럴 이상을 국내에서 정유한다.

5. 투기 수요 유입=투기성 자본 유입도 유가 상승을 부추키고 있다. 현재 1000억달러에 이르는 헤지펀드가 석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쥐락펴락 유가 고공행진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

◇ 고유가 글로벌 경제 회복 반영

고유가가 오히려 글로벌 경제 신뢰 회복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CNN머니는 경기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고유가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지난 한달 동안 전세계 금융시장의 롤러코스터 장세를 주도했던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단락되고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데 따라 경기 신뢰가 되살아나고 이를 유가 상승이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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