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의혹국회」/유통기금 유입설에 민자 펄쩍 민주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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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안법 파동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특히 지정도매법인이 수입 바나나 등에서 거둔 유통발전기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국회 주변도 덩달아 긴장하는 분위기다.
○…민자당쪽 관계자들은 「농수산물 유통발전기금」이 로비를 위해 정치권에 유입되었을 것이란 얘기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며 검찰에 철저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금이 방만하게 운영된게 거의 틀림없고,광범위한 로비 개연성이 짙어지자 내부 관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속에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다.
이세기 정책위 의장은 10일 오전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농안법 개정과정을 당차원에서 한번 알아보겠다』고 보고했다.
자연 농안법 발의자인 신재기의원이 이래저래 시달림을 받고 있다. 신 의원은 『로비는 전혀 없었다』며 『유통시장이 전근대적인 법에 의해 규제되고 있어 법개정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같은 농림수산위 소속 박경수의원은 『그때 법이 여러건 있어 제대로 세밀하게 심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과거의 한냉사건 등으로 볼 때 로비가 전혀 없었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검찰 수사가 국회 로비의혹으로 맞춰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농림수산위원인 김영진의원은 『법 심의과정에서 누구 한사람 이해당사자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며 『당시 지정도매법인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간과했으나 바로 경실련·농민대표 등의 설명을 듣고 법개정 청원을 제출했다』고 로비설을 부인했다.
한편 민주당측은 『상무대 의혹사건을 희석시키기 위한 여권 핵심부의 전략같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로 한다.
○…도매법인들의 이권이 계속적으로 보호되는 것은 이들이 운영하는 유통발전기금이 「방패」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돼 주목된다.
서울 가락동시장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이 기금중 2억원이 연구비로 지출됐다』고 밝히고 『이 돈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도매법인에 손해될 연구결과를 내놓겠느냐』고 지적했다.
농수산물 관련 모학회가 지난해 경주의 특급호텔에서 세미나를 열 때도 이 기금에서 수천만원대의 지원금이 지출된 것으로 전해지며,월 수십만원씩을 고정지급받는 협회 자문위원에는 현직 농촌경제연구원 고위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지정도매인협회 양춘우 상근부회장(59)도 9일 『얼마전 몇몇 교수가 연구비를 지원해달라고 해 거절했더니 이런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종·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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