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용어 우리말 표현 어디까지 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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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어제 말이야 멀티미디어 키트에「패밀리 닥터」를 넣었더니 사운드카드가 좋지않아 효과가 별로였어.』 전철 안에서 고교생 두명이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이들의 대화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같이 어지러운 외래어들이 컴퓨터에 대한 공포심을 부채질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많은 컴퓨터 관련 용어들이 마땅한 우리 말이 없어 번역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디까지 우리말화 할 수 있을 것인지,번역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자연스럽지 않은 용어는 또 어떤 것인지 알쏭달쏭한 경우가많다. 『어제 말이야 다중매체 맞춤짝에「家族醫」를 넣었더니 음향카드가 좋지않아 셈틀에 나타난 효과가 별로였어.』 위의 대화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가족의」라는 CD롬 타이틀을 감상한결과 음향효과가 썩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 국어 순화자료집에 컴퓨터 분야의 용어를 우리말로 바꿔 놓은 것에 따라 번역한 것이다.
멀티미디어 키트는 음향.영상.CD롬 구동기등을 한데 통합해 한벌로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하고 CD롬 타이틀은 용량이 큰 CD(콤팩트 디스크)에 영화나 어학 회화용 소프트웨어를 넣어 놓은 일종의 응용소프트웨어다.
사운드 카드는 컴퓨터에서 악기.음성등 각종 음향을 내도록 하는 부품이다.
패밀리 닥터는 의학상식을 다룬 수입품 CD롬 타이틀 이름이다(여기서「타이틀」이라는 말도 적절한 우리말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있다).
컴퓨터 용어의 국어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吳吉祿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소 컴퓨터연구단장)는『기술분야에서 우리말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 역시 이미 토착화해버린 소프트웨어를「무른모」로 하는등 모든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러나 컴파일러(옮김틀 또는 번역기).디스크(저장판).디렉토리(자료방).포멧(틀잡기)등 우리말로도 자연스럽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말이 많다.
『일본어의 벤토가 도시락으로,쓰메키리가 손톱깎이로 정착됐듯 컴퓨터 용어도 처음 대할 때부터 우리말화해서 접하면 친숙해지고정착된다.』 국립국어연구원의 許喆九 학예연구사의 지적이다.
〈朴邦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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