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쫓겨난 알 권리 … 기자들 로비서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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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이 12일 오전 10시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2층 로비 바닥에 앉아 정부의 브리핑룸 철거 강행과 관련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국정홍보처는 이날 브리핑룸 공사 과정에서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사진=김경빈 기자]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들은 12일 정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이행한다며 외교부 청사 2층에서 통합 브리핑룸 신축 공사를 강행한 데 대해 항의하고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성명엔 중앙일보를 비롯한 29개 외교부 출입 언론사 기자들이 참여했다.

출입기자들은 회의를 통해 취재 접근권 보장에 대한 구체적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된 기존 브리핑룸 철거 및 통합 브리핑룸 신설 공사를 '취재활동 방해 행위'로 규정했다. 또 "취재 활동의 현장인 외교부 청사 2층 브리핑룸을 홍보처의 일방 통보로 철거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폭력이자 강제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성명에선 "(브리핑룸 철거의 근거인 홍보처의) 취재지원 지침에 대해 정부와 기자협회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은 군사정권 시절의 강압적 언론통제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출입기자들은 ▶브리핑룸 철거 공사 즉각 중지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안영배 홍보처 차장, 방선규 홍보처 단장의 문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한국기자협회 등 유관단체와 연대해 이번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작업인부들을 동원해 그동안 외교부 브리핑 때 사용된 서울 도렴동 청사 2층 브리핑룸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 통합브리핑룸을 만드는 공사를 진행했다. 기자들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벌인 일방적 공사였다. 인부 10여 명이 브리핑룸 안의 책상.의자와 사물함을 복도로 옮긴 뒤 천장과 바닥을 뜯어냈다. 귀청을 찌르는 전기 드릴 소리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또 공사 장면을 촬영하려는 사진기자들과 인부들 간에 심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사는 기자들의 항의로 잠시 중단됐으나 브리핑룸엔 자물쇠가 채워져 출입이 통제됐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오전 10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실로 이용되던 브리핑룸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기자들은 2층 로비 바닥에 앉아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사전 협의 없이 철거공사를 강행한 것은 몰지각한 강제 퇴거 조치" "결국 기자들의 공무원 접근과 취재를 통제해 언론의 정부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란 의견에 동의했다.

정용환 기자<narrativ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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