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음악이 사랑이고, 음악이 영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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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실제 인디 뮤지션들이 배우로 출연한 '원스'. 감성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올 여름 호반에서 열린 제천음악영화제 개막작이었다. 뜨거운 갈채가 쏟아졌다.

올 초 선댄스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의 열광적 지지로 관객상을 받았다. 더블린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산 음악영화 ‘원스’다. 실제 감독, 배우, 스태프가 인디 뮤지션 출신들이다. 음악이 영상과 스토리를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말하고 연기하는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아름답다. 아일랜드 특유의 애잔한 정서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거리에서 노래부르는 그(글렌 한사드)는 거리에서 꽃을 팔며 틈틈이 작곡을 하는 그녀(마르게타 이글로바)를 만난다. 체코 출신의 이민자다. 가난한 두사람은 음악을 통해 가까워지고, 남자의 오디션을 위해 함께 녹음 작업을 한다.

 영화는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존 카니 감독의 믿음에서 출발했다. 아일랜드의 스타 감독인 카니는 한때 인디 밴드(‘더 프레임즈’)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다. ‘더 프레임즈’는 남자 주인공 글렌 한사드가 리드 보컬로 있는, 아일랜드 최고의 실력파 인디 밴드다. 현재 밥 딜런과 함께 호주 순회공연 중이다. ‘그녀’ 역의 마르게타 이글로바는 실제로도 체코 출신인, 19세 뮤지션이다. 두 사람은 영화 OST에도 참여해, ‘falling slowly’‘if you want me’ 등 감성적인 음악을 선사한다. 비전문 배우지만 노래 부르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자연스럽고 빛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저예산영화답게 촬영기간은 단 14일. 때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행인의 모습이 담겼지만, 대수는 아니다. 스타일과 기교 대신 진심과 솔직함이 인디정신의 핵심임을 잘 보여준다.

 지난 5월 2개관으로 개봉한 미국에서는 ‘슈렉3’보다 높은 좌석점유율로,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여름철 블록버스터에 전혀 밀리지 않고 스크린수를 늘려 진정한 ‘슬리퍼 히트’작이 됐다. ‘슬리퍼 히트’란 작은 규모로 개봉한 영화가 입소문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를 끄는, 자연발생적 흥행을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 뮤지컬이나 음악영화의) 화려함과 웅장함 대신 수수함과 절제의 설득력을 보여준다”며 “뮤지컬 영화의 미래”라는 찬사를 보냈다. 20일 개봉, 전체관람가.

사랑의 기억을 음악으로 기록하는 영화답게, 노래 부르는 장면이 가장 빛난다. 두 사람은 오디션용 앨범 녹음을 위해 시간을 함께 보낸다. 키스 한 번 안 하고 헤어지는 남녀에게는 음악으로 사랑을 나누는 이 장면이 진정한 러브신인 셈.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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