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다시 갈림길/재사찰이냐 유엔행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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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연료봉 교체일정은 이미 시작/미선 독자행동땐 “안보리제재” 경고/샘플채취 허용여부 북 선택만 남아
북한 핵문제가 영변 5메가W 원자로 핵연료 교체문제로 또다시 북한의 사찰수용이냐 유엔안보리의 제재냐의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다.
북한은 핵연료 교체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회를 요청했으나 IAEA의 샘플채취를 계속 거부하고 있고 IAEA는 샘플채취가 불가능할 경우 입회팀을 파견치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IAEA 입회가 계속 거부되면 독자적으로 연료를 교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4일 연료를 교체했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북한이 단독으로 연료를 교체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봉인 뜯으면 위반
북한이 연료를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것은 IAEA가 해놓은 봉인장치를 파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고 이의 파괴는 핵안전조치의 연속성 보장에 있어 중대한 위반이다.
또 유엔이 5월 중순까지 지난 3월 사찰때 마치지 못한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추가사찰 결과를 보고하도록 IAEA에 요구하고 있어 추가사찰도 곧 이루어져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미 회담의 미국측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차관보는 북한이 IAEA의 사찰없이 핵연료봉 교체를 강행하면 북­미 대화는 중단될 것이며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한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인 핵연료 교체에 들어가면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갈루치의 경고는 북한이 4일부터 연료봉 교체를 하도록 일정을 잡아두고 있다는 것과 지난 3일 북한 외교부 대변인이 IAEA가 북한이 허용하는 범위이상의 사찰을 요구하면 IAEA 입회없이 교체를 강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에 대한 대응이다.
IAEA의 한스 블릭스 총장도 3일 김영남 북한 외교부장에게 직접 전문을 보내 IAEA가 요구하고 있는 사찰항목을 받아들여 사찰단을 평양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미 독자제재 검토
IAEA 소식통들은 일방적인 연료교체는 과거 연료교체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결정적인 단서가 훼손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렇게 될 경우 문제는 다시 안보리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제 유엔의 추가사찰 보고서 제출시한을 10여일 남겨둔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는 북한이 독자적인 연료교체를 포기하고 IAEA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에 달려있다.
북한의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추가사찰은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시간상으로 이 두가지 사안은 조만간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연료봉 교체때 사찰팀을 입회시켜 샘플채취를 허용하고 추가사찰도 곧 허용하면 문제는 외교적으로 풀려가고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된다.
그러나 끝내 북한이 이에 응답을 하지 않거나 독자적으로 연료를 교체할 경우 북한 핵문제의 유엔 재이관은 불가피해진다.
한미는 최근 시간상으로 급박해진 사태를 논의하며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이 없을 경우 다음주부터는 다음 단계의 조치를 논의한다는 입장을 정리해두고 있다.
○이번 주말이 고비
여기엔 유엔에서의 제재방안 강구와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적인 제재방안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페리 국방장관 등은 독자적 혹은 다국적 제재를 여러번 언급해왔다.
북한이 핵연료봉 교체 등 새로운 쟁점을 들고 나온 것은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정한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추가사찰의 시한(5월 중순)이 점차 다가오고 한국이 특사교환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수세에 몰리게 되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으로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따라서 이번 주말은 북한 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지 아니면 또다시 유엔으로 가게 될지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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