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뇌 속을 손금 보듯 … 44. PET 특허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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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포스닥 과정을 밟던 만빌 싱 박사가 PET 산실인 UCLA의 연구실에서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PET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것을 회고록 처음에 썼더니 여기 저기서 “그럼 로열티 받아서 엄청 갑부가 되었겠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PET를 1975년 처음 개발했을 때 특허권은 연구비를 지원한 미국 원자력위원회에 넘겼다. 연구비를 받을 때 그렇게 계약했다. 따라서 기술 특허를 내가 독차지한다면 그건 계약 위반이었다.

 미국 원자력위원회는 몇 달 뒤 내게 특허권을 넘겨줬다. 특허권 수입이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에는 PET에 대한 인식도가 낮았고, 기기를 사용하기도 까다로웠다. 더구나 기술을 넘겨 받아 상용화하겠다는 기업도 개발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특허를 내게 줬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특허를 유지하려면 연간 몇 천 달러가 필요했다.

특허는 출원 때도 돈이 들지만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런 사정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PET를 포함한 핵검출기(BGO) 특허는 유지비도 없고 인식도 부족한 탓에 그냥 없어지고 말았다.

특허를 잘만 내면 큰 돈도 벌지만 그런 기회를 가지려면 그만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아마도 미국 특허청에는 그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 BGO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본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PET를 상용화한 곳들이 별 재미를 못 봤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PET가 많이 팔리기 시작했으나 특허권 시효는 이미 만료된 것으로 알고있다. 통상적으로 특허권은 20~25년 정도 보장된다.

만약 그때 내게 기술을 이전해 달라며 일시불로 로열티를 주겠다는 기업이 있었으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과학계 분위기는 논문을 가장 우선시하고, 특허는 좀 저속한 것으로 여겼다.

 나도 지적재산이라는 개념을 잘 몰랐다. 지금처럼 지적재산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개인 발명가를 비롯해 특허로 ‘대박’을 터뜨리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에 나는 미국 대학들도 요즘 지적재산 관리에 투자하고 있다고 들었다.

매년 대학 소유 특허로 거둬들이는 돈이 몇 천만 달러에서부터 몇 억 달러에 이르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때 UCLA가 내가 개발한 비지오 등 여러 기술을 특허 내고 유지했다면 학교의 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다.

 어떻든 PET는 나의 최대 히트 작품이 되긴 했지만 CT만큼은 돈을 벌게 해주지는 않았다. CT는 30대의 나에게 10여 만 달러를 기술 자문료로 벌게 해줬을 정도였다.

물론 PET는 UC 샌디에고,컬럼비아대학 등으로 옮길 때 나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 붙었다. 말하자면 ‘훈장격이었다. 그 PET는 내가 승승장구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했다.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PET와 나와의 관계다.

조장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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