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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조정회의 새출발/북핵엔 단호… 경협엔 유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 부총리 통일구상 본격 시동/북 벌목공처리 “조용한 외교로”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찬을 겸해 열린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는 이홍구 부총리겸 통일원장관 취임을 계기로 정부의 핵문제 등 남북관계 전반을 종합 검토했다.
이 회의는 ▲북한 핵문제 ▲대북정책 ▲러시아 벌목공 등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필요한 정책조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개각전 통일외교안보팀 성원들 사이에 정책은 일관되지만 구체적인 집행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지적,팀웍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신임 이영덕총리를 격려하면서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더욱 강화하는 등 확고한 원칙을 지키라』고 지시함으로써 기존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북한정책에 신뢰를 표시했다.
대화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이같은 신뢰는 외교안보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부총리를 통일안보팀에 가담시키는 인사에서 이미 감지되었었다.
따라서 미래의 통일안보정책은 기존의 정책이 심화·발전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핵문제는 특사교환 철회이후 방향이 잡힌 북­미 대화와 북­국제원자력기구(IAEA)간에 해결하되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선 남북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유지할 것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특사교환요구 철회를 발표하면서 핵문제는 IAEA에 의한 사찰이후에도 남북한 상호사찰을 통해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을 달성하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한바 있다.
이같은 정부입장은 미국이 지난달 28일 북한과의 실무접촉에서 전달한 제안에도 명확히 반영돼 있다.
이 제안에 포함된 남북한 대화는 일단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부가 지난해 1월이후 중단된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 재개를 모색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 1년여간 남북한관계는 주로 핵문제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통일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된 측면이 강해 이의 조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88년 통일원장관 재직시 한민족공동체 구상을 정리한 이 부총리는 우리 정부가 통일문제를 본격적인 시대적 과제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그가 통일안보팀에 좌장으로 합류한 것은 이같은 구상이 앞으로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한 관계에서 당장의 현안으로 꼽히는 문제는 경제협력이다.
정부는 핵문제와 대북 경제협력이 분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날 회의에서 깊이 논의되지는 않았다.
1년여전 고위급회담으로 남북한 총리가 여러차례 상호방문하고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방북할 때만 해도 남북한간 경제협력은 곧 실현될 분위기였으나 핵문제가 돌출하며 핵문제 해결과 경제협력을 연계함으로써 이같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핵문제와 경제협력을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빠른 시일내에 경협문제를 포함하는 남북한 협력을 다루는 남북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형식은 남북 고위급회담의 재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시베리아 북한 벌목공 문제에 관해 이날 회의는 조용한 외교로 처리한다는 인상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빠른 시일안에 벌목공이 귀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언론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러시아정부와 적지 않은 마찰이 야기됐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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