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주범/상무대 증인 문제/6공인사 포함여부가 막판 쟁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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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 모두 “정략적 고려” 강경고수
파행국회의 1차 원인은 상무대 국정조사의 증인채택 문제에 있었다.
여야는 네차례에 걸친 총무회담과 법사위 접촉을 통해 「상무대 암초」의 제거를 시도했으나 끝내 평행선만을 걸어 타협에 실패했다.
연장기회의 마지막날인 28일 오전 민자·민주 양당은 합의·화합을 강조하고 오후 들어서는 증인법위의 양당안이 나오면서 진전이 기미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기택대표와 김태식총무·문희상 대표비서실장·박지원대변인 등 지도부가 모여 증인문제의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여기서 민주당이 처음 요구한 51명의 증인중 세부류의 증인범위에 대한 입장정리가 중요한 관건으로 등장했다.
첫째는 김영삼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고,둘째는 서석재 전 의원과 김윤환·김영일의원 등 3명의 전·현직 정치인,셋째가 이종구 전 국방장관·이현우 전 안기부장·정구영 전 대통령비서실장·이진삼 전 체육장관 등 6공 인사 네명이었다.
민주당은 내막적으로 6공 인사들은 절대 증인·참고인 명단에서 뺄 수 없다는 마지노선을 설정했다. 첫째와 둘째 인사들은 증인에서 뺄 수 있다는 「2+3」 안을 낸 민주당은 6공 인사 4명만은 불가하다고 나왔다.
타협안과는 달리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면책특권을 가진 김 대통령의 50명 전원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계속 견지하며 협상테이블의 「2+3」안 관철에 힘을 부여하려 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테드라인을 정한 것은 전·현직 대통령까지 증인으로 거론하다 마지막에 정치인과 전직 고위공직자까지 증인대상에서 모두 뺄 경우 국정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올까 우려한 때문이다. 민주당의 선명성이 훼손된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심야 총무협상에서 「2+3」안은 민자당측에 의해 거부됐다.
민주당은 이 타협안에 더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최후통첩을 보내며 합의문을 요구했으나,민자당은 잠시 회의를 중단한뒤 상부의 지시를 받고 다시 나와 난색을 표했다. 민자당은 대신 6공 인사들을 포함,세부류의 인사들을 모두 증인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2+7」의 안을 갖고 나왔다.
결국 민자당이 6공 인사들의 증인채택을 거부함으로써 회담은 결렬됐고,심야 국회가 파국으로 치다를 수 밖에 없었다. 막판쟁점인 6공 인사들의 증인채택여부는 민자·민주 양당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정치적 복선을 지니고 있다.
민주당의 6공 인사 증언요구는 현 정권의 범여권 결속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정략적인 고려라고 민자당은 분석한다.
6공 및 구 여권인사들은 아직도 여권내에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으며,이들을 싸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정권의 약점을 민주당이 공격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6공 인사 등 구 여권에서 『우리가 봉이냐. 걸핏하면 우리만 문제삼느냐』는 불만이 있고 보면 청와대와 여권이 6공 인사들의 증인채택을 수용하는 부담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회담이 결렬된뒤 민주당에서 청와대와 노 전 대통령간에 묵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거기에 민자당이 민주당의 강공배경,즉 김대중 전 대표의 의도를 지나치게 의심한 나머지 『더이상 밀릴 수 없다』며 유연성을 잃어버린 것도 파국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여야는 하루가 연장된 29일의 협상에서도 이 쟁점을 둘러싼 입씨름을 계속했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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