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불상을 관찰한 동아대 정은우 교수는 "이 불상은 5m가 넘는 거대 석불임에도 양감이 매우 강조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옷주름과 다리 등 아랫 부분이 단순화 돼 있어 마치 땅속에서 불상이 솟아나온 듯한 느낌을 살렸다"며 "이 단순화된 아랫 부분이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반 불상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덕성여대 최성은 교수도 "이 여래입상은 눈이 치켜 올라가 있고 볼에는 살이 많으며 옷주름이 널찍널찍하게 새겨져 있다. 얼굴 모양과 옷주름 표현, 양쪽으로 벌린 발 모양으로 봐 통일신라 후반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흔치 않은 수인(手印.손모양)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왼쪽 손등을 바깥으로 하고 손가락은 가지런히 펴서 가슴 위에 얹었으며, 오른손 역시 손등이 바깥으로 향한 채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감싸고 네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복부에 대고 있는 형태다. 영남대 임남수 교수는 "드문 경우이기는 하나 열암곡 불상과 같은 수인을 취한 불상은 주로 산지에서 발견된다"며 "특별한 영력을 갖춘 서상(瑞像)으로 조성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권근영 기자
◆마애불(磨崖佛)=암벽이나 동굴을 뚫고 그 안에 새긴 불상. 한국을 비롯해 인도.중국.일본 등에 퍼져 있다. 국내에서는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의 마애삼존불과 태안의 마애삼존불이 유명하다. 경주 남산에선 지금껏 50여 개 이상의 마애불이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