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독트린' 싱크탱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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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7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한식집으로 향했다.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경선 이후 첫 회동을 가진 뒤였다.

이곳에서 이 후보는 대학 교수 5명을 만났다. 현인택(고려대).김우상(연세대).김태효(성균관대.이상 외교).남성욱(고려대.남북관계).남주홍(경기대.안보) 교수 등이다.

이 후보는 이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자신의 대표 대북정책 구상인 '비핵.개방 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 구상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흘 뒤로 다가온 J-글로벌 포럼에서의 기조연설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토론은 교수들이 의견을 개진하면 이 후보가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미 한나라당 경선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사이라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지만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제의하는 방안을 놓고선 의견이 잠시 충돌하기도 했다.

"통일부에서 추진 중인 방안과 유사하다"는 통일.안보학자들과 "그래도 추진할 가치가 있다"는 외교학자들의 주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묵묵히 듣고 있었던 이 후보가 개입했고 의견은 방안을 발표하는 쪽으로 기울어갔다.

이렇게 진지한 토론이 이어지다 보니 오후 7시를 조금 넘어 시작한 만찬은 결국 오후 10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이 후보는 J-글로벌 포럼 하나만을 위해서만 이들 교수와 이렇게 세 차례 회의를 했다.

이날 모였던 교수 5명이 바로 이 후보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 두뇌'들이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이 후보의 종합외교정책인 'MB 독트린'을 만들어 낸 것도 이들이었다. 'MB'는 이 후보 이름(명박)의 알파벳 머릿글자다. J-글로벌 포럼을 통해 구체화한 비핵.개방 3000 구상도 실은 MB 독트린의 일부분이다.

이들 5인방은 저마다 개인적 인연 때문에 이 후보를 돕게 됐다고 한다. 남성욱 교수는 서울시정자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시장이던 이 후보와 친해진 경우다. 남 교수는 "이 후보는 우리처럼 자주 접촉하는 교수들 외에도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다양한 학자의 의견 듣기를 즐긴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이 분야의 정책을 개발하면서 경제학자의 도움도 청했다고 한다.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남북문제도 경제로 푼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측근 교수인 고려대 경제학과 곽승준 교수는 비핵.개방 3000 구상 개발에 참여해 북한 경제개발 정책을 고민해야 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대선준비팀에서 정책분과장까지 맡아 공약 전반에 '경제 마인드'를 불어넣고 있다.

이 밖에 연세대 국제대학원 이정민 교수도 이 분야에서 이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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