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 번지는 외교관 추방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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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美중앙정보국(CIA)간부인 올드리치 에임스가 러시아간첩으로 체포된뒤 각국에서 외교관 추방이 꼬리를 물고 있다.
미국은 이 사건과 관련,駐美러시아 대사관의 알렉산드르 루이센코참사관을「기피인물」로 지정,추방했다.러시아는 즉시 러시아주재미국대사관의 제임스 모리스참사관을 추방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외교관추방은 나토국가로 확대됐다.영국은 3월1일 런던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한사람을 추방했다.러시아는 곧바로 러시아 방산업체에서 영국을 위해 간첩활동을 한 간부와 독일을 위해 일한 간부등을 체포했다.
오스트리아 치안당국은 이에 앞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던 러시아 대외정보국(SVR)과 군정보국(GRU)소속 첩보원 6명등스파이망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태국에서는 3월말 대외정보국 간첩으로 지목된 러시아 외교관이 달아나버렸다.
이처럼 외교관 추방이 봇물처럼 터지는 사태는 지난 86년에도있었다.86년 소련은 미국 외교관 5명을 추방했고,미국은 뒤질세라 무려 55명의 소련외교관을 추방했다.또 수시로 외교관들이「외교관 지위에 합당하지 않은 활동」이란 간첩행 위의 외교적 표현에 따라 추방되고 있다.
외교관 신분은 가장 흔한 스파이 위장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보수집은 외교관의 공식 임무여서 스파이와 외교관은 종이 한장차이이기 때문이다.지난 92년 소련외무장관에서 물러난 판킨씨는『해외에 주재하는 소련대사관 직원의 절반가량이 스 파이역할을 수행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외교관은 그것을『노골적인 불법이냐,아니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보기관도 해외요원중 일부는 외교관으로 위장시키고 있다.대개 외교관끼리는 알고 있고,주재국도 알고 있다.그중 철저히신분을 위장하는 요원을 외교관들끼리는「블랙」이라고 부른다.
특히 무관은 군사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신사적 스파이」로 인정돼왔다.
이런 정보전쟁은 최근 서울에서도 활기를 띠고 있다.지난 연말엔 프리마코프 러시아 대외정보국장,지난 1월에는 제임스 울시 CIA국장이 각각 극비리에 방한한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한반도는 세계 최강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교 차하는 지점이고,국제관심사인 북한핵문제도 진행되고 있는등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정보수집활동은 청와대 도청사건때부터 정평이 나 있다.미국은 핵문제가 첨예해질수록 對北 정보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CIA와 국방정보국(DIA)전문인력으로 정보지원팀을 추가로 배치하기도 했다.
소련과 수교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91년5월 국회국방위비공개 회의에서는『위장한 KGB요원이 5~6명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해 충격을 준 적이 있다.그러나 이제 그 정도를 넘어선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일부 나라는 절반정도가 정보요원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외국의 스파이 활동이 강화될수록 국내 방첩기관의 일거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주요 감시대상인 경우 공관원 전원에 대해 24시간 감시한다.
가끔 공관에서 일어나는 절도사건은 그 과정에서 생긴 실수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 공관선 안해 러시아나 미국.일본.중국등 주변 4강국이 정보수집에는 가장 열성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들은 비밀스런 첩보활동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엄청난 양의 공개정보가 매일 쏟아져 나오지만 이것을 정리하기에도 벅찬 인원만이 공관을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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