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프로개편-교양.오락물급증 "경쟁력""국제화"제목 홍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욕 안먹고 시청률을 올려라.』방송3社의 올 봄철프로그램 개편에 떨어진 특명은 이런 것이다.
21일 KBS가 발표회를 가짐으로써 전모를 드러낸 3社의 봄개편은 제작진들 사이에「당분간 방송은 재미없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우선 편성에서 교육을 표방한 프로들이 크게 늘어났다.또 오락프로들도 되도록 공익성의 명분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특히 제목은 어떻게 하든 교양프로의 이미지를 풍기려 하고 있다.이때문에 신설프로들 중에는 교양과 오락의 구별이 불분명한 프로가 유난히 많다.교육과 오락이 배합된 새 포맷을 찾다보니 아이디어 부족으로 타방송사의 아이디어를 빌린 닮은 꼴 프로도 눈에 띈다.
특히 교육방송의 프로가 많이 참고되고 있는 점은 봄편성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가를 시사해주고 있다.
KBS-2TV『TV는 사랑을 싣고』는 유명인사.연예인들이 추억담을 들려주고 추억속의 인물과 재회의 자리를 마련하는 프로.
교육방송의『나의 학창시절』에 드라마틱한 요소를 가미했지만 기본구성이 비슷하다.또 SBS-TV『우리집 이야기』 도 교육방송의『우리가정 행복하게』와 성격이 흡사하다.MBC-TV『논리쏙 재미쏙』,KBS-2TV『퀴즈로 배웁시다』도 어린이 논리교육을 목적으로한 비슷한 프로들.MBC-TV 병원드라마『종합병원』과 SBS-TV 다큐멘터리『병원 24시』도 어느 한쪽이 병원이라는 소재에 자극받은 인상이다.KBS-2TV『기쁜 우리 젊은 날』과MBC-TV『청춘시대,열린마당』도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과 함께하는 닮은꼴 현장공개쇼.또 KBS-2TV『신세대 탐험 세상이 보인다』와 MBC-T V『TV탐사』도 젊은이들의 세상탐사를 소재로 한 닮은꼴이다.
제목에서 교육적 측면을 부각시키려한 프로는 자녀 교육관에 대한 문제를 드라마와 토론으로 엮어가는 KBS-2TV『TV교육위원회』.프로의 성격에 어울리는 제목이지만 MBC-TV『TV청년내각』과 흡사하다.
이번 개편프로의 제목들중에는 지난해부터 쏟아져 나온「신한국」이 여전히 있고「경쟁력」이 새로 선보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KBS-2TV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자연.풍물.전통등을 퀴즈로풀어보는 프로의 제목을『퀴즈,신한국 기행』으로, 아침 생활.경제정보프로의 제목은『주부도 경쟁력이다』로 달고 있다.
「신한국」「경쟁력」「국제화」프로와 제목의 홍수는 정부캠페인에적극 동참한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방송사의 과잉충성이라는 비판이엇갈리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개편은 전체적으로 방송의 공영적 색채가 강화된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상업방송으로 출범한 SBS조차도 예외가 아니다.그러나 방송사들이 일관된 편성정책없이 외부의 압력이나 여론에 따라 획일적으로 움직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