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뇌졸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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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년 이후 많이 발생하는 병 가운데 '뇌졸중'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한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 마비, 언어장애, 호흡곤란 등을 가져오는 증상이다.

발생 빈도가 높다 보니 뇌졸중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뇌졸증'이라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뇌졸증'이라 돼 있는 곳이 있으며, 뇌졸중 관련 책의 제목이 '뇌졸증'인 것도 있다.

우울증.건망증 등 증상이나 병을 나타내는 단어에 대부분 '-증(症)'이 붙다 보니 자연스럽게 '뇌졸증'이라 부르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뇌졸중(腦卒中)'은 다르다. '뇌졸중'의 '졸중(卒中)'은 '졸중풍(卒中風)'의 줄임말이고, '졸중풍'은 중풍(中風)과 같은 말이다. '졸(卒)'은 '갑자기'라는 뜻이 있는데 졸도(卒倒)가 이런 예다. '중(中)'은 '맞다'는 의미가 있으며 적중(的中) 등에서 그렇게 쓰인다. '풍(風)'은 풍사(風邪)로 인한 풍증을 얘기한다.

따라서 '졸중풍'은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뜻이고, '뇌졸중'은 '뇌에 갑자기 풍을 맞았다'는 말이다. 뇌혈관 장애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반신불수.언어장애 등을 가져오는 병을 한방에서 '중풍(졸중풍)'이라 한다. '뇌졸중'은 현대의학에서 뇌출혈.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것이다.

결국 한자 표기를 모르다 보니 '뇌졸중'을 '뇌졸증'이라 부르는 셈이다. '뇌졸증'은 없다. '뇌졸중' '뇌졸증'이 헷갈릴 때는 '중풍'을 생각하면 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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