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잃은 스파이의 머나먼 여정-본 얼티메이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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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14면

2002년 영화 ‘본 아이덴티티’로 처음 등장한 인물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기억을 잃은 전직 스파이다. 중앙정보국(CIA) 암살단 ‘트레드스톤’ 소속이었다는 사실과 과거에 수행했던 몇 가지 임무를 기억해낸 본은 두 번째 영화 ‘본 슈프리머시’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그 근원을 알아내려는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본 얼티메이텀’에 이르러 미주리주 출신 청년 데이비드 웹이 제이슨 본으로 다시 태어나던 순간을 목격하게 된다. CIA와 제이슨 본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가 본과 ‘블랙 브라이어’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본은 정보원을 알아내고자 기자에게 접근하지만 그는 CIA 저격수에게 살해당한다.‘본 슈프리머시’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가 다시 한번 연출한 ‘본 얼티메이텀’은 두 편의 전작에 비해 스릴러 영화의 성격이 약한 편이다. 제3세계 정치인 암살이나, CIA와 러시아 사업가가 얽힌 부패 스캔들에 비해, 누가 제이슨 본을 만들었는지는 그다지 복잡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트레드스톤’도 이미 1편에서 드러난 바 있다. 그 때문에 그린그래스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핸드헬드로 촬영한 액션과 복잡하고 규모 있는 로케이션 촬영을 한층 늘려 스릴러보다는 액션이라고 불러 마땅한 영화를 만들었다. 모로코 탠지어의 복잡한 골목길을 누비는, 이 집 저 집 들락거리며 지붕 위도 달리는 추격 신은, 공간을 다루는 데 웬만큼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시도를 하는 것조차 망설여질 장면이다. 이처럼 과거를 탐색하는 재미는 줄어들었다고 해도 ‘본 얼티메이텀’은 여전히 제이슨 본에 관한 궁금증을 간직한 영화다. 1편부터 지켜봐온 관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자기 이름조차 알지 못했으나 살인의 본능만은 떨치지 못했던 남자가 사랑을 하고 도덕성을 획득하고 연인을 잃어버린 세월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 아이덴티티’ 첫 장면과 수미쌍관을 이루는 ‘본 얼티메이텀’ 마지막은 다소 애잔하다. 그가 이제 총을 들지 않아도 좋기를 바랄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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