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봉 교체 입회/“사찰로 이어질까”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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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AEA 요구항목 수용이 관건/미 실무접촉 제의할 내주 “분수령”
지난달 유엔안보리가 북한에 추가 핵사찰 수용을 촉구한 이래 북한핵 당사자들간에 대화가 중단됨으로써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됐으나 1주일전부터 위기가 차츰 풀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한국이 남북한 특사교환 요구를 철회한 것이 계기였다.
북한은 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추가사찰을 수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제안을 전달했다.
영변 5메가W급 원자로 핵연료봉을 빠른 시일내 모두 교체할테니 IAEA가 입회해달라는 내용이다.
IAEA는 입회때 실시할 사찰항목과 지난 3월 사찰 때 마치지 못한 사찰을 마저 끝내겠다는 의사를 북한에 통보했다.
앞으로 진전은 북한이 IAEA가 요구한 사찰항목을 어느정도까지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으나 대화국면으로 가고 있다.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사찰은 5메가W 원자로 연료봉 교체때 사찰을 충실히하면 생략해도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입회」가 「충실한 사찰」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IAEA는 빠르면 내주중 북한에 사찰단을 파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미국은 내주중 북한에 실무접촉을 제의,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네 당사자들의 입장이 계속 교차하면서 엇갈리며 「전쟁에는 전쟁」 「불응시 제재」 등 여전히 강온의 수사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무엇이 이같은 혼란스러운 수사를 낳고 그 수사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당사자들의 입장을 토대로 정리한다.
◇북한=북한은 1년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른바 「핵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냉전종식후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된 상황에서 체제의 생존과 김정일로의 세습정권교체를 순조롭게 하려는 것이다.
또 미국과 교섭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벗어나 곤경에 빠진 경제를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NPT 탈퇴를 유보한 특수지위에서 회원국이 갖는 핵안전협정상의 의무는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을 의심하므로 IAEA와 협의해 이같은 의문을 불식시킬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IAEA의 정기 및 임시사찰이나 특별사찰 등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IAEA가 설치한 핵안전조치 연속성을 보장하는 사찰만을 받겠다는 것이다.
◇미국=미국은 냉전종식후 세계전략을 NPT 체제의 유지 즉,핵확산방지에 두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유효기간이 내년까지인 NPT 조약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하면 일본이나 한국 등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고,다른 나라들도 NPT를 무시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IAEA에 의한 사찰을 받고 나아가 남북한 당사자간의 사찰을 실시,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 한다.
북한과의 수교로 북한이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 방침이나 핵문제 말고도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등 무기수출 중단·인권개선·테러범 지원 등의 모든 문제가 정리돼야 수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어떤 경우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북한과의 갈등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 전략이다.
핵문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하며 궁극적으로 남북한 상호사찰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두고 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이 수교나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IAEA=NPT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된 이 기구는 북한 핵무기 개발의혹이 NPT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북한에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혹이 일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례없는 특별사찰을 요구해 북한의 이에 반발하며 NPT 탈퇴를 선언했다.
IAEA는 북한의 탈퇴를 유보한 특수지위 여부를 정치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크게 중시하지 않으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밝힐 수 있는 모든 사찰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각국은 대화의 문이 열리려는 순간에도 강경,혹은 온건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데 협상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수사로 해석된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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