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업체 역할 커졌다-美 출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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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30여년간 산업적 성장을 계속해온 美출판계가 성장에서 파생된 상업출판의 발호문제에 봉착,재편의 기로에 서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誌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출판계는 대규모 출판사들의 수가 줄어드는 대신 소규모출판사들은 수와 역할이 크게 늘어나면서 구조개편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파라마운트와 맥밀란출판사의 합병,1월에 있었던 문학 편집자들의 대량해고및 출판목록의 대폭 삭감등 일련의 사건들은 지속적인 고성장 속에서 잉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美출판계가 자구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40~50년대만 해도 출판사들은 소수의 엘리트들을 위해 소규모로 책을 생산,지역적으로 제한을 받으며 특정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일종의 가내공업 영위자에 지나지 않았다.그러던 것이 오늘날에는 밴텀.하퍼콜린스.모로우/에이본.펭귄USA /NAL더튼.푸트남.랜덤하우스.사이먼 셔스터.타임 워너등 기업연합의 대출판그룹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대규모 도서시장에 책을 공급하는 형태가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출판사의 대규모화가 상업성을 우선한 출판을 강요함으로써 출판할 가치가 있는 책의 출판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으로 인한 印稅 선급금의 급격한 상승,유능한 편집자 확보를위한 과다한 지출 등에 떠밀려 대출판사들이 팔리 는 책을 출판하는 일에 급급해진 것.이미 詩분야의 출판은 크게 위축됐고 소설에도 그 영향이 확대되는 추세다.이에 소규모 출판사와 대학출판부,비영리 문학출판사들이 양서출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美출판계가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 다.대출판사들은 비용감소를 위해 저자를 직접 발굴해 키워야한다는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으나 인기 검증이 안된 작가를 쓸 경우는 그만큼 위험부담도 따른다.랜덤社의 한 관계자는 가치가 인정된 좋은 책을 내려다 지난해 1백만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았으며 그 직접적 원인이 대규모출판의 잘못에 있었다고 고백한바 있다.비대해진 조직이 시장성이 작은 작품의 출판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美 출판계에서는 소형 출판사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소규모 출판사들이 변화된 상황에 잘 적응하는 것은 나름대로「작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있기 때문이다.소형출판사들은 대형출판사들이 수지 를 맞출수 없다고 믿는 출판활동에 오히려 경쟁력을 갖는다.지난해 소형출판사가 펴낸 애니 어노의『단순한 열정』은 단 2만여부 판매로도 이익을 낼수 있었다.
대학출판부와 비영리문학출판사들도 이런 상황의 덕을 보고 있다.상업성이 없어 대형출판사들이 포기한 뛰어난 작가의 작품들이 대학출판부에 제공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아르트 퍼블리코.커브스턴.밀크위드.뉴 프레스와 같은 비영리문학출판사들에 대한 재단의지원도 늘어 이들이 2~3년후면 다양한 종류의 문학작품을 균형있게 펴낼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金龍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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