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 빼겠다” 해도 「딱지」/주정차단속 “인정사정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시민들 “건수 올리기냐” 반발
당국의 주정차단속 이대로 좋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차량대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주차난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주정차단속이 지나치게 실적위주여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기계적인 과태료 부과가 남발되고 한적한 이면도로까지도 단속원들의 단속경쟁이 예사로 벌어져 시민들의 이의신청과 불평이 늘어나고 있다.
◇현장=19일 오후 3시40분쯤 서울 강남등기소앞 편도 4차선 도로. 주차단속차량이 도착,불법주차차량 3대의 앞유리에 「과태료부과」와 「견인대상」 스티커를 각각 2장씩 붙이고 3분여만에 사라진다. 10분후 기다렸다는듯이 견인차가 나타나더니 여전히 불법주차된채로 남아있던 쏘나타승용차 1대를 낚아채듯 견인해갔다.
오후 4시10분쯤. 단속차량이 다시 나타나 새로 불법주차한 승용차 3대의 사진촬영을 한뒤 스티커를 부착하기 시작한다. 순간 등기소에서 50대 주부가 허겁지겁 뛰어나와 『차를 빼겠다』고 사정한다. 그러나 단속원은 매정하게(?) 스티커를 발부한뒤 『구청에 이의신청을 하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등기서류를 찾는 불과 2∼3분 사이에 딱지를 떼었다』는 고정자씨(52·여)는 『단속도 좋지만 단속도중 운전자가 나타나 차를 치우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니나』며 분통을 터뜨린다.
일요일인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10동 국제산장아파트앞 삼성산약수터 입구 편도 2차선도로. 휴일을 맞아 등산에 나섰다 하산한 시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상쾌한 기분을 잡치고 말았다. 등산로 입구 도로변에 세워두었던 10여대의 차량에 일제히 「과태료부과」 스티커가 붙었기 때문.
등산객 김모씨(43·신림동)는 국민학생 아들과 스티커를 떼어내며 『공휴일인데다 이면도로여서 전혀 차량통행에 지장이 없는데도 이렇게 단속을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이없어 했다.
◇논란=서울시에서는 구청별로 15∼50명의 주차단속원이 오전 7시∼오후 9시까지 단속을 벌여 하루평균 3백∼1천2백건의 스티커를 발부하고 있으며 이중 10% 가량이 이의신청을 해 그 가운데 30% 정도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한햇동안 서울에서만 3백95만6천7백여건이 단속돼 하루평균 1천8백건씩을 기록했고 올해들어서만도 ▲1월 22만8천6백31 ▲2월 29만4천6백90 ▲3월 41만8천3백98건으로 증가추세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는 건수올리기 단속보다 예방을 우선하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불법주차차량에 대한 일단 위반사실을 경고한뒤 30분이상 여유를 주고 그대로 운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의 3배 가까운 고액의 벌칙금(11만원)을 부과한다. 또 근본적으로 부족한 주차시설을 감안해 유럽 여러나라처럼 인도에 주차를 허용하는 등 융통성있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이훈범·신준태기자>
◎“교통 소통위해 엄격단속 필요”/서울시담당관 밝혀
서울시 김상국 주차계획담당관은 원활한 교통소통을 위해 엄격한 주차단속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주차단속에 대해 시민들의 항의가 많은데….
▲주변의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당연한 조치다. 교통소통에 지장이 없는 곳이나 새벽 심야 시간대에는 단속을 하지 않도록 각 구청에 지시하겠다. 그러나 근본문제는 현장 단속원과 시민들이 단속에 대한 시각차가 있어 마찰이 잦은 것 같다.
­주차단속 방법을 어떻게 개선하겠는가.
▲올 하반기부터 견인지역 표지판이 없는 곳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즉시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30분 예고후 차량을 견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근본적으로 주차장이 부족해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주차장 면적기준을 완화하는 등 주차장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겠다.<이계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