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돈가방' … 정윤재에 2000만원 후원금 … 김상진씨 긴급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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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광준)는 6일 정윤재(44)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포함한 정.관계 인사들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김상진(42.사진)씨를 조사하다 혐의가 일부 포착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7일 김씨에 대해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씨는 이날 검찰의 소환에 응해 자진 출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부산시 민락동 콘도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허위 문서를 만들어 금융기관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부정 대출받고 그중 일부분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편취한 돈은 27억5000만원가량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조사 과정에서 그 규모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부산시 연산동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관할구청인 연제구청의 이위준(64) 구청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도 두고 있다. 이 구청장은 전날 "김씨가 최근 식사자리에서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놓고 가 이틀 뒤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7월 16일 연산동 재개발 사업 등과 관련해 허위 문서로 사기 대출을 받고 그중 44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횡령)로 구속됐으나 11일 뒤인 그 달 27일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검찰은 이후 김씨가 지난해 8월 정상곤(53.구속)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하며 1억원을 건넨 것을 파악해 정 전 청장을 지난달 10일 구속했다. 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비서관이 김씨와 정 전 청장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김씨와 정.관계 인사들의 유착 의혹으로 사건이 번졌다.

검찰은 김씨가 연산동과 민락동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대출금에서 최대 1000억원을 비자금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으며, 김씨를 상대로 이 돈의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이날 정 전 비서관이 김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2003년 지구당 후원금 명목으로 김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0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받았다"며 "그러나 당시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2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내는 것은 허용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수증 발급이 안 됐다면 불법이지만 이 사안의 공소시효가 3년 이라 수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별도의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김씨로부터 이 후원금 외에 다른 돈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부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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