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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부풀리기 막아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제기획원이 마련한 「총사업비 관리지침」은 방만하게 관리돼온 정부공사의 각종 폐단을 예산배정단계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막아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방만한 재정운용은 정부사업 자체의 비효율을 초래할 뿐 아니라 그 원천인 국민부담의 증가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항상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흥정과 관련 당사자간의 이해,재정은 주인없는 돈이라는 그릇된 생각들이 얽히고 설켜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사업주체가 되는 관련부처나 지방자치단체·지역주민을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일단 예산을 따내 사업을 시작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사업비를 고의로 적게 잡고 일단 공사에 들어가면 물가상승이다,토지보상비를 적게 책정했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 추가 예산요구를 하기 일쑤였다. 공사를 맡는 업체들도 이같은 관행을 악용해 실공사비에 미치지 못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최저입찰가로 공사를 따낸후 설계변경 등의 편법으로 공사비를 올려왔다. 더욱이 공사비 증액이 제대로 안될 경우 결국 부실공사로 이어지는 것 또한 누차 경험한 바다.
당해 연도 위주의 예산편성방식도 이같은 폐습을 부채질했다. 그러다 보니 서해안 고속도로사업의 경우 89년 사업확정 당시 9천1백억원으로 계상되었던 예산이 94년에는 4조4천7백여억원으로,6천5백여억원으로 잡았던 수도권 외곽고속도로는 3조5천여억원으로 5∼6배가 늘어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획원이 앞으로 공사기간이 2년이 넘는 1백억원 이상의 대형 정부공사에 대해서는 총사업비를 정해놓고 이를 10% 이상 늘리려할 때는 기획원장관과 사전협의를 거치고,20% 이상 늘렸을 경우에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처음부터 재검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육지책이긴 하나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건 정부사업이 정치권의 흥정이나 관료와 업계의 유착 등 비경제적 고려에 의해 입안·추진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공사는 우리 경제전반의 효율성 제고를 가로막는 사회간접자본의 절대부족을 해소한다는 절박한 과제와 연결돼 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재정규모상 한계가 있고,이같은 한계는 투자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극복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의 선정이나 우선순위의 결정이 엄밀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과정에서 각종 정보가 공개되고,여러 대안들이 제시·분석되어 예산당국뿐 아니라 일반 전문가들도 활발히 참여할 수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예산과정의 공개는 정치적 이해집단의 무리한 요구와 귀중한 국가재정의 낭비를 막는데 보다 유효한 장치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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